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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신뢰도, 밀원부족, 표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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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양봉을 시작하기 전까지 사양벌꿀이 뭔지 몰랐습니다. 마트에서 처음 꿀을 봤을 때 '이게 왜 이렇게 싸지?' 하고 넘겼을 뿐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오히려 손이 더 안 가게 됐다는 것, 그게 지금 천연벌꿀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이라고 봅니다. 사양벌꿀이란 무엇인지<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사양벌꿀(飼養蜂蜜)이란 벌에게 화밀(花蜜), 즉 꽃에서 얻는 자연 꿀 대신 설탕을 녹인 사양액(飼養液)을 먹여 생산한 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재료 자체가 꽃이 아니라 설탕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천연벌꿀은 벌이 실제 꽃에서 화밀을 채취해 벌집에 저장·숙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양액을 먹은 벌이 그것을 그냥 병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은 먹이를 체내에서 여러 번 처리하면서 소화효소(消化酵素), 즉 벌의 침과 몸속 효소를 섞어 내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설탕의 성질이 일부 바뀌고, 수분이 낮아지며, 밀개(蜜蓋) 작업까지 거칩니다. 밀개란 벌이 벌집 구멍을 밀랍으로 덮어 저장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설탕물 그대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사양벌꿀을 천연벌꿀과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원료 자체가 다릅니다. 제가 직접 양봉을 하면서 느낀 건, 벌이 효소와 함께 토해내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설탕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천연 화밀에서 비롯된 꿀의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제품은 처음부터 다른 출발점을 가진 식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기준에서도 사양벌꿀과 천연벌꿀은 별도의 품목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 표시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가, 두 제품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밀원 부족이라는 현실, 그래도 사양벌...

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신뢰도, 밀원부족, 표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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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양봉을 시작하기 전까지 사양벌꿀이 뭔지 몰랐습니다. 마트에서 처음 꿀을 봤을 때 '이게 왜 이렇게 싸지?' 하고 넘겼을 뿐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오히려 손이 더 안 가게 됐다는 것, 그게 지금 천연벌꿀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이라고 봅니다. 사양벌꿀이란 무엇인지<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사양벌꿀(飼養蜂蜜)이란 벌에게 화밀(花蜜), 즉 꽃에서 얻는 자연 꿀 대신 설탕을 녹인 사양액(飼養液)을 먹여 생산한 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재료 자체가 꽃이 아니라 설탕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천연벌꿀은 벌이 실제 꽃에서 화밀을 채취해 벌집에 저장·숙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양액을 먹은 벌이 그것을 그냥 병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은 먹이를 체내에서 여러 번 처리하면서 소화효소(消化酵素), 즉 벌의 침과 몸속 효소를 섞어 내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설탕의 성질이 일부 바뀌고, 수분이 낮아지며, 밀개(蜜蓋) 작업까지 거칩니다. 밀개란 벌이 벌집 구멍을 밀랍으로 덮어 저장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설탕물 그대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사양벌꿀을 천연벌꿀과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원료 자체가 다릅니다. 제가 직접 양봉을 하면서 느낀 건, 벌이 효소와 함께 토해내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설탕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천연 화밀에서 비롯된 꿀의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제품은 처음부터 다른 출발점을 가진 식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기준에서도 사양벌꿀과 천연벌꿀은 별도의 품목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 표시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가, 두 제품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밀원 부족이라는 현실, 그래도 사양벌...

꿀벌 질병 검사 (바로아응애, 봉판검사, 양봉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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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을 열어보는 게 뭐가 어렵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립경국대학교 안동캠퍼스 박사님들이 저희 양봉장에 오셔서 20통을 이틀에 걸쳐 2시간 30분씩 검사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 저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꿀벌 질병 검사가 연구자와 양봉가 사이에서 얼마나 다른 의미를 갖는지, 그날 제가 느낀 것을 솔직하게 써봅니다. 바로아응애 검사<꿀벌 질병 검사>, 어떻게 이루어지나 화요일 첫날 검사는 예상보다 훨씬 체계적이었습니다. 소비(巢脾)를 한 장씩 꺼내면서 벌의 숫자, 봉개(封蓋)된 부분의 개수, 밀개(蜜蓋)된 부분의 면적을 하나하나 기록했습니다. 봉개란 번데기가 되는 과정에서 밀랍으로 덮어놓은 벌방을 말하고, 밀개는 꿀이 익어서 마개를 씌운 부분을 뜻합니다. 같은 벌통이라도 소비 장수와 상태가 제각각이라 이걸 구분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리고 벌통 바닥에는 흰 패드를 깔아두고, 면봉으로 바닥을 꼼꼼히 긁어 시료를 채취해 가셨습니다. 벌의 상태만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물질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목요일에는 본격적인 바로아응애(Varroa mite) 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바로아응애란 꿀벌의 유충과 번데기, 성충에 기생하면서 벌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외부 기생충입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방치하면 군(群)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양봉에서 가장 경계하는 해충 중 하나입니다. 박사님들은 봉개된 벌방의 밀랍을 테이프와 손으로 하나씩 뜯어 열면서 그 안에 응애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까지 들여다보는 검사는 일반 농가에서는 거의 하기 어렵습니다. 가시응애(Tropilaelaps mite)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가시응애란 바로아응애처럼 꿀벌 유충에 기생하지만 번식 속도가 더 빠르고 피해가 더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최근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기생충입니다. 패드를 꺼내 응애가 붙어 있는지 살피고, 봉판 소비 한 장은  벌을...

일벌의 역할 (청소부터 육아, 문지기, 외역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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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벌이 벌통을 목숨 걸고 지킨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벌통 입구에서 한참을 들여다보니 그 말이 꼭 맞지는 않더라고요. 책에서 배운 내용과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일벌이 태어나자마자 어떤 일을 하고, 나이가 들수록 역할이 어떻게 바뀌는지, 제가 벌통을 직접 들여다보며 느낀 점과 연구 결과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청소를 시작하는 일벌<일벌의 역할>, 먹이부터 다릅니다 일벌은 알에서 부화한 뒤 애벌레 시기를 거쳐 성충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먹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처음 3일은 여왕벌 후보와 마찬가지로 왕유(Royal Jelly)를 먹습니다. 왕유란 일벌의 인두샘(hypopharyngeal gland)에서 분비되는 고단백 물질로, 쉽게 말해 벌 세계의 고급 영양제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약 3일째부터 일벌 애벌레는 worker jelly라고 부르는 일벌용 먹이로 전환됩니다. 이 먹이는 왕유에 꽃가루와 꿀이 섞인 형태로, 여왕벌 후보에게 주어지는 왕유와는 성분 비율이 다릅니다. 같은 암컷 애벌레라도 어떤 먹이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받느냐에 따라 여왕벌과 일벌이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충(移蟲) 작업, 즉 애벌레를 왕대에 옮겨 여왕벌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면서 이 차이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3일째 애벌레보다 5일째 애벌레가 크기도 크고 작업하기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작은 차이인데 실제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달랐습니다. 성충이 된 일벌은 가장 먼저 자기가 나온 육각형 벌방(巢房)을 청소합니다. 소방이란 벌집을 이루는 육각형 단위 방을 말합니다. 갓 태어난 벌이 가만히 있지 않고 제 집부터 치우는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일벌의 역할 분담을 학술적으로는 시간적 다중역할(temporal polyethism)이라고 부릅니다. 나이에 따라 맡는 역할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인 순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갓 태어난 벌: 벌...

스티로폼 벌통 비교검증 (내구성, 미세플라스틱, E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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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처음엔 스티로폼 벌통은 그냥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분매개용으로 쓰거나, 소비 넣어서 판매할 때나 쓰는 소모품 정도로요. 그런데 농장에서 나무 벌통이 하나둘 사라지고 스티로폼과 EPP 벌통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이걸 제대로 알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핀란드 파라다이스 벌통 얘기를 접하고 나서는 더 그랬습니다. 나무 벌통은 왜 농장에서 밀려나고 있나 솔직히 나무 벌통에 대한 애정은 아직도 있습니다. 자연 소재고, 수리도 되고, 오래 쓰면 벌통 자체에서 특유의 냄새가 배어나는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무게입니다. 벌통 본체만 놓고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소비(巢脾)를 가득 채운 계상(繼箱)을 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하루에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계상이란 벌통 위에 추가로 얹는 상자를 말하는데, 꿀이 채워지면 무게가 상당합니다. 제 농장만 봐도 연로하신 분들이 허리 때문에 벌을 줄이거나 아예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양봉 농가의 고령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국립축산과학원 에 따르면 국내 양봉 농가의 상당수가 60대 이상이며, 고령 양봉인의 작업 부담 경감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벼운 벌통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양봉을 지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대만 사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대만에서는 법으로 스티로폼 벌통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거기는 겨울에도 영상 15도 안팎이라 월동 부담이 우리와 다릅니다. 그쪽에서는 더 얇고 가벼운 목제 벌통을 씁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대로 쓰면 겨울을 나기 어렵습니다. 기후가 다르면 벌통도 달라야 한다는 게 당연한 얘기 같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이 차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티로폼 벌통의 내구성 문제<스티로폼 벌통 비교검증>, 실제로 확인해 보니 일반적으로 스티로폼 벌통은 가볍고 단열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꿀벌 월동 준비 (약군 정리, 착봉, 응애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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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7일, 최소 3매 착봉도 안 되는 벌통을 과감하게 털어냈습니다. 여왕벌이 멀쩡해도 버려야 할 벌통은 버려야 한다는 것, 저도 몇 번의 겨울을 통째로 날려보고 나서야 제대로 납득했습니다. 월동 준비는 10월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떤 벌통을 남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여왕벌 살아 있어도 버려야 할 벌통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왕벌만 살아 있으면 봉군(蜂群)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봉군이란 여왕벌, 일벌, 수벌로 구성된 벌의 집단 전체를 뜻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생각으로 안 되는 벌통을 끝까지 붙들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겨울에 그대로 사라지거나, 가까스로 살아남은 벌통도 이듬해 봄에 산란이 제대로 안 돼서 결국 폐기했습니다. 똑같이 시작했습니다. 먹이도 주었고, 여왕도 멀쩡합니다. 그런데 어떤 벌통은 세력을 키워나가고, 어떤 벌통은 처음 상태 그대로 밥만 축내고 있습니다. 봉충판(蜂蟲板)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것이 신호입니다. 봉충판이란 여왕벌이 산란한 알과 애벌레가 자라는 소비 한 장을 말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봉군 전체의 육아 능력과 세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여왕의 산란 능력 하나만 보면 안 됩니다. 일벌 수, 먹이 저장 능력, 봉충판 형성 능력, 벌통 내부 환경, 질병과 해충의 영향까지 함께 작용합니다. 제 경험상 이 모든 요소가 맞아야 봉군이 제대로 커집니다. 여왕만 있다고 저절로 강군(强群)이 되지 않는다는 것,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번에는 착봉(着蜂), 즉 소비 한 장 한 장에 벌이 얼마나 붙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3매 이상 착봉이 안 되는 벌통, 봉충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안 보이는 벌통은 과감하게 털었습니다. 특히 세력이 약해 도봉(盜蜂)이 붙거나 말벌이 계속 끄는 벌통은 소문을 오히려 열어버리고 정리했습니다. 도봉이란 다른 벌통의 벌들이 먹이를 빼앗으러 침입하는 현상으로, 세력이 약한 벌통에서 특히 자주 발생합니다. 착봉 3매...

꿀벌 여름 관리 (먹이장, 바로아응애, 가을 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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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도 몰랐던 부분입니다. 여름에 먹이를 가득 채우는 게 단순히 배고픈 벌을 먹이는 일이 아니라, 가을 봉군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었다는 걸요. 7월 중순부터 먹이통에 사양액을 채워 넣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가을에 다른 농가보다 눈에 띄게 빠른 봉판 증가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먹이장으로 산란 공간<꿀벌 여름 관리>을 조절한 이유 여름에 먹이를 많이 준다는 발상 자체를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더운데 왜 굳이 사양을 하냐"는 반응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건 먹이량이 아니라 소비장의 공간 배분이었습니다. 소비(巢脾)란 벌들이 산란, 육아, 저장에 사용하는 벌집 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벌통 안에 꽂혀 있는 벌집 프레임 하나하나가 소비입니다. 여기에 먹이가 가득 차면 여왕벌이 산란할 수 있는 빈방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저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이 원리를 활용해 산란량을 조절했습니다. 흔히들 여름 봉군 관리를 이야기할 때 브루드 브레이크(brood break)를 언급합니다. 브루드 브레이크란 봉충(封蟲), 즉 벌 애벌레와 번데기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관리 기법을 말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여왕벌을 격리통에 가두는 것인데, 저는 그 방식에 솔직히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여왕벌을 가두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구에서는 적절히 실시한 여왕벌 격리가 효과적이라고 보고하고 있고, 그 방법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 방법 대신 먹이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비슷한 효과를 노렸다는 겁니다. 사양액(飼養液)에 대해서도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양액이란 설탕을 물에 녹인 인공 먹이액을 말하는데,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양액은 밥이 안 된 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벌들이 소비장에 채워 넣고 밀개(密蓋, 벌집 뚜껑)를 씌우면 그때서야 제대로 저장된 먹이가 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벌통 다이 재설치 (방향, 높이, 개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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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 다이 4번줄을 전부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 설치할 때 돈을 들여 전문가를 불렀는데, 결국 두 번 손을 대게 됐습니다. 벌통 방향부터 다이 높이, 개미 문제까지 직접 겪어보니 처음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남향으로 다시 잡은 벌통 방향, <벌통 다이 재설치>왜 4번째 줄만 달랐을까 저희 벌농장에는 벌통이 총 7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처음 설치할 때 양봉 경험이 있다는 분을 고용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4번째 줄만 5번째 줄과 서로 마주 보는 형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머지 여섯 줄은 같은 방향인데 딱 가운데 한 줄만 반대였던 겁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돌이켜보면, 그 자리에 헛개나무가 있어서 중간 통로를 두 군데로 나눠야 했고, 재료도 짜투리를 끼워 넣은 것 같았습니다. 쉽게 말해 재료에 맞춰서 다이를 설치한 느낌이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설계보다 남은 자재를 기준으로 만들게 된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다시 잡은 방향은 벌통 입구가 남쪽을 향하도록 했습니다. 양봉에서 일소활동(日掃活動), 즉 벌들이 아침에 벌통 밖으로 나와 방향을 익히고 꽃가루를 수집하는 비행 활동은 햇빛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남향이면 오전부터 햇빛을 받을 수 있어 벌들의 활동 시작이 빨라지고, 겨울에는 벌통 내부 보온에도 유리합니다. 다만 무조건 남향이 정답은 아닙니다. 남향이어도 겨울 계절풍(季節風), 즉 특정 계절에 일정하게 부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자리라면 오히려 벌통 내부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결국 방향은 햇빛과 바람길을 함께 보면서 정해야 합니다. 그 농장 지형에서 가장 불리한 조건이 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순서라고, 직접 겪어보니 그렇게 느꼈습니다. 4번째 줄 방향이 달랐던 건 관리 면에서도 꽤 불편했습니다. 말벌 포획기를 설치하거나 점검할 때 동선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면 작업 시간이 배로 걸립니다. 한 방향으로 쭉 이동하면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운데 한 줄...

날개 없는 벌 발견 (기형날개바이러스, 바로아응애, 방제저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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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 앞을 지나다 날개가 거의 없는 벌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며칠 전부터 날개가 구겨진 벌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던 참이라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방제재도 꾸준히 썼고 봉군 세력도 7매까지 착봉될 정도로 나쁘지 않은 상태인데, 그게 오히려 더 의아했습니다. 날개 이상이 생기는 이유가 응애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날개 없는 벌 발견> 기형날개바이러스와 바로아응애의 관계 날개가 구겨지거나 짧아진 벌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형날개바이러스(Deformed Wing Virus, DWV)입니다. DWV란 꿀벌의 발육 단계에서 감염되어 날개가 뒤틀리거나 제대로 펴지지 않는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감염된 성충은 비행 능력을 잃고 벌통 주변을 기어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아응애(Varroa destructor)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아응애란 꿀벌의 유충과 번데기에 기생하면서 혈림프를 빨아먹는 외부 기생충으로, 기생하는 과정에서 DWV를 비롯한 여러 바이러스를 직접 전파하거나 바이러스 증상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확장 프로그램 에 따르면 DWV가 심한 봉군에서는 기형날개뿐 아니라 점박이 봉충, 번데기 손상, 성충 수 감소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날개가 이상한 벌이 보이면 응애가 많다는 신호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게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봉군 세력이 충분하고 산란도 잘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날개 기형 벌이 간헐적으로 보인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형날개 벌 한 마리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응애가 많다"고 단정하기보다, 응애 수치를 직접 확인해보는 쪽을 선택합니다. 또한 기형날개처럼 보이는 경우가 모두 DWV 때문은 아닙니다. 우화 과정에서 번데기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거나, 산란 이상, 봉개 환...

봉충판으로 읽는 벌통 건강 (산란패턴, 이상징후, 봉군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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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을 열었을 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벌은 분명히 있고, 여왕벌도 확인했는데 봉충판을 보면 뭔가 듬성듬성한 느낌. 저도 처음 몇 년은 그냥 "좀 적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넘긴 벌통이 한 달 뒤에 결국 세력을 못 회복하더라고요. 봉충판은 벌통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읽는 창입니다. 산란패턴이 말해주는 것들<봉충판으로 읽는 벌통 건강> 봉충판(蜂蟲板)이란 꿀벌의 알, 유충, 번데기가 들어 있는 소비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벌이 새끼를 키우는 공간인데, 이 한 장만 제대로 읽어도 봉군 전체의 건강 상태를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산란 패턴입니다. 건강한 봉군에서는 알이 벌방 하나에 하나씩 들어가고, 유충은 소비 중심부를 기준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알에서 유충, 유충에서 봉개(封蓋)로 이어지는 흐름이 보입니다. 봉개란 일벌이 번데기 단계의 유충 위를 밀납으로 덮어 닫는 것을 말하는데, 이 봉개가 고르게 이어진 소비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입니다. 반대로 봉충판이 군데군데 비어 있고 산란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면, 단순히 여왕벌 문제라고 단정하기 전에 다른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 가장 흔히 겪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는 환절기에 봉충판이 여러 소비에 조금씩 나뉘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여왕벌은 분명히 산란 중인데, 봉충이 한 소비에 집중되지 않고 두세 장에 걸쳐 조금씩 보이는 것이죠. 이게 왜 생기냐면, 육아권(育兒圈), 즉 일벌들이 온도를 유지하며 유충을 집중적으로 돌보는 영역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벌 수가 적으면 넓은 면적을 집중적으로 보온하기 어렵고, 그러면 여왕벌도 자연스럽게 산란 범위를 좁히거나 분산시키게 됩니다. 결국 여왕벌의 문제가 아니라, 봉군 세력이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봉군...

봉군 약화 원인 (겉모습, 착봉, 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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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 앞에 벌이 그득하고, 화분까지 달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세력 좋은 벌통이네" 하고 안심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겉에서 보이는 활동량과 실제 봉군 내부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다를 수 있습니다. 벌통 앞이 화려할수록<봉군 약화 원인> 의심해야 했습니다 며칠 전 지인의 벌통이 저희 농장에 왔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괜찮아 보였습니다. 일벌들이 화분을 다리에 가득 매달고 들어오고 있었고, 벌통 앞판에도 벌이 엄청 모여 있었습니다. 화분을 채집해 온다는 건 산란이 시작됐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화분은 유충 먹이로 쓰이기 때문에, 일벌이 화분을 가져온다는 건 육아 활동이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봉(死蜂), 즉 죽은 벌들이 꽤 보였고 말벌이 유난히 꼬이고 있었습니다. 말벌은 보통 벌통 내부가 취약할 때 더 집요하게 덤빕니다. 세력이 충분한 봉군이라면 수문장 역할을 하는 위병벌이 입구를 지키고 있어서 말벌이 쉽게 달라붙지 못합니다. 그걸 보고 저는 내검(內檢), 다시 말해 벌통 뚜껑을 열어 내부를 직접 확인하는 점검을 해봐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인에게 연락해서 확인을 받고 뚜껑을 열어봤는데, 예상대로 내부는 겉과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벌통 입구가 활발하면 내부도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꽤 다릅니다. 입구 활동량은 그날의 날씨, 밀원 상황, 심지어 도봉(盜蜂) 여부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도봉이란 다른 봉군의 벌이 먹이를 빼앗으러 침입하는 현상으로, 이때도 입구가 혼잡해 보일 수 있습니다. 내검을 열자 드러난 진짜 문제들 뚜껑을 열고 소비를 확인했더니 먹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착봉(着蜂)이 제대로 안 돼 있었습니다. 착봉이란 벌들이 소비 위에 빽빽하게 붙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가 유지돼야 봉충(蜂蟲), 즉 알과 유충이 적절한 온도에서 자랄...

여왕벌 유입 실패 (공격 이유, 무왕군, 봉군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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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벌을 넣으면 일벌들이 반겨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새 여왕벌을 넣은 지 몇 분도 안 돼서 일벌들이 여왕벌 주변에 바짝 달라붙더니 둥글게 감싸버렸습니다. 이게 보호인지 공격인지 한참을 헷갈렸습니다. 여왕벌 유입이 실패하는 이유는 여왕벌이 나빠서가 아니라, 벌통 안 환경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벌이 여왕벌을 공격하는 이유 <여왕벌 유입 시패> 처음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벌들이 여왕벌 주변에 몰려드는 모습이 보호처럼도 보였거든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왕벌을 밀어내고 물려는 행동이었습니다. 이걸 볼링(balling)이라고 합니다. 볼링이란 일벌 여러 마리가 여왕벌을 공 모양으로 단단하게 감싸 압박하는 거부 행동을 말합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여왕벌이 질식하거나 열기에 의해 죽을 수 있습니다. 꿀벌은 얼굴이 아니라 페로몬(pheromone)으로 서로를 인식합니다. 페로몬이란 동료 개체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로, 꿀벌 사회에서는 봉군 전체의 결속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여왕벌은 기존 봉군과 냄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낯선 침입자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왕롱(queen cage)을 활용하는 방법이 권장됩니다. 왕롱이란 여왕벌을 작은 철망 케이지 안에 넣어 일벌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냄새에 서서히 적응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왕롱 없이 바로 풀어주는 방식은 봉군이 안정적일 때만 통하는 방법이더군요. 특히 처음 여왕벌 유입을 시도하는 분들은 왕롱을 쓰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다음 항목들은 유입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기존 여왕벌이 아직 벌통 안에 살아 있는가 왕대(王臺, queen cell)가 만들어져 있거나 처녀여왕이 이미 출방했을 가능성은 없는가 최근 정상적인 산란이 이루어지고 있었는가 봉군의 세력이 여왕벌을 돌...

꿀벌 취급 요령 (벌이 사나워지는 진짜 이유, 일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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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을 자주 열수록 벌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셨나요? 직접 겪어보니 정반대였습니다. 양봉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뼈저리게 배운 것은 벌통을 여는 횟수가 아니라 열었을 때 무엇을 보느냐가 전부라는 점이었습니다. 벌을 잘 키우는 사람과 못 키우는 사람의 차이는 장비가 아니라 관찰 습관에서 갈립니다. 벌통 앞에서 멈추는 것이 진짜 시작입니다 <꿀벌 취급 요령> 처음 양봉을 시작했을 때 저는 벌통을 열고 소비를 꺼내 들여다보는 것이 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관리가 아니라 그냥 구경이었습니다. 진짜 관리는 벌통 뚜껑에 손을 얹기 전, 입구 앞에서 잠깐 멈추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소문(巢門)이란 벌통 앞쪽에 뚫린 출입구를 말합니다. 외역벌(外役蜂), 즉 꽃가루와 꿀을 찾아 밖으로 나가는 일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이 소문 앞을 하루에 한 번만 들여다봐도 봉군(蜂群), 다시 말해 벌 무리 전체의 상태를 꽤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화분(花粉)을 가득 묻혀 들어오는 벌이 많으면 봉군이 활발하다는 신호이고, 소문 앞에 죽은 벌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면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제가 양봉을 하면서 터득한 것 중 하나는 소문 점검은 반드시 멀찍이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벌통 바로 앞에 서면 외역벌들의 비행 경로를 막게 되고, 벌들이 불편해하기 시작합니다. 벌통 뒤에서 내검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사람이 비행 경로 한복판에 서 있으면 벌은 자기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맴돌다가 결국 예민해집니다. 소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벌은 진동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벌통 주변에서 발을 쿵쿵 구르거나, 갑작스럽게 큰 소리를 내거나, 손으로 뚜껑을 탁 치는 행동만 해도 벌들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고, 조용히 다가가는 것. 이게 벌통 앞에서 지켜야 할 첫 번째 예절입니다. 내검할 때 벌이 사나워지는 진짜 이유 내검(內檢)이란 벌통 내부를 직접 열어 소비를 꺼내 ...

꿀벌 봉군 관찰법 (외부관찰, 내부점검, 도봉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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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양봉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벌통을 자주 열어볼수록 관리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건 반대였습니다. 벌통을 열기 전, 소문(巢門) 앞에서 5분만 제대로 들여다봐도 내부 상태를 꽤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짧은 관찰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꿀벌 봉군 관찰법> 외부관찰: 벌통을 열기 전에 먼저 소문 앞에 서다 저는 매일 아침 양봉장에 나가면 가장 먼저 각 벌통의 소문(巢門) 앞을 확인합니다. 소문이란 벌들이 드나드는 벌통의 출입구를 뜻하는데, 이곳이 하루의 봉군 상태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창구입니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침 소문 앞에서 대부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침 점검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죽은 벌의 숫자가 아닙니다. "어제와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졌느냐"를 보는 겁니다. 벌통 앞에 죽은 벌이 몇 마리 있다고 해서 바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건 섣부른 결론입니다. 수명이 다한 일벌이 벌통 밖으로 나가 죽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문제는 평소에는 2~3마리 수준이던 것이 갑자기 수십 마리로 늘었을 때입니다. 이런 경우 저는 즉시 주변 상황을 함께 살핍니다. 전날 인근 농경지에서 방제(防除) 작업이 있었는지, 말벌이 벌통 입구에 출몰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합니다. 방제란 농작물의 병해충을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는 행위로, 꿀벌에게 치명적인 농약 피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죽은 벌의 숫자 자체보다는, 그 숫자가 보내는 신호가 무엇인지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벌들의 비행 패턴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어린 일벌들이 소문 근처에서 짧게 날아다니며 비행 연습을 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면, 내부에서 육아(育兒)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육아란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체 일벌이 나오는 전 과정을 가리킵니다. 이 모습이 꾸준히 보이는 봉군은 세력이 건강하게 ...

문지기벌과 장수말벌 (문지기벌, 도봉, 장수말벌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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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벌통 앞에서 꽤 참담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장수말벌 수십 마리가 벌통 하나를 집중 공격하고 있었고, 입구 아래에는 꿀벌 사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문지기벌이라는 개념을 알고, 꿀벌 사회의 방어 체계를 꽤 신뢰했던 터라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꿀벌은 봉군(蜂群) 단위로 외부 위협을 막아낸다고 알려져 있지만, 장수말벌 앞에서 그 체계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지를 직접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문지기벌과 장수말벌> 문지기벌이 지키는 것과 지키지 못하는 것   양봉을 몇 년 하다 보면 벌통 입구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깁니다. 벌들이 그냥 바쁘게 들락날락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입구 근처에서 유독 신중하게 움직이는 벌들이 있습니다. 이 벌들이 바로 문지기벌입니다. 들어오는 벌에게 다가가 냄새를 확인하고, 수상하면 공격하는 역할을 합니다. 꿀벌은 봉군 식별을 주로 페로몬(pheromone), 즉 화학적 신호에 의존합니다. 페로몬이란 같은 종의 개체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로, 꿀벌에게는 사실상 신분증 역할을 합니다. 같은 봉군의 벌은 비슷한 봉군 냄새를 공유하고 있어 문지기벌이 금방 동료로 인식합니다. 반대로 다른 봉군에서 날아온 벌은 냄새가 달라 즉각 경계 대상이 됩니다. 이 냄새 식별 시스템은 도봉(盜蜂), 즉 다른 봉군의 벌이 먹이를 훔치러 침입하는 상황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도봉이란 세력이 약해진 벌통 주변에서 다른 봉군의 일벌들이 저장된 꿀을 빼앗으러 몰려드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도봉이 시작되면 벌통 입구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평소의 질서 있는 출입 대신 벌들이 서로 엉키거나 입구 주변을 이상하게 맴도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때 문지기벌은 상당히 잘 작동합니다. 저도 직접 겪어보니 도봉이 오래 지속되기 전에 입구 분위기만 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먼저 옵니다. 그런데 장수말벌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문지기벌이 봉군 내 방어의 첫 번째 선(線)이라는 건 맞습니다. 하지...

여왕벌 일생 (여왕벌 페로몬, 자연분봉, 윙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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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농장 바닥에서 날개가 잘린 채 죽어 있는 여왕벌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평생 알만 놓다가 저렇게 끝나는구나 싶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여왕벌이 벌통의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직접 보고 나면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뀝니다. 여왕벌의 일생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 생리 구조와 역할을 이해해야 비로소 양봉 관리의 핵심이 보입니다. 여왕벌<여왕벌 일생>  페로몬이 벌통을 지배하는 방식 여왕벌이 봉군을 유지하는 핵심은 근력이나 위계가 아니라 화학 물질입니다. 여왕벌의 하악선에서는 9-ODA(9-옥소-2-데센산)를 주성분으로 하는 여왕벌 물질, 즉 QMP(Queen Mandibular Pheromone)가 끊임없이 분비됩니다. QMP란 일벌들의 난소 발달을 억제하고 왕대 건설 본능을 차단하는 화학적 신호 물질로, 쉽게 말해 여왕벌이 체액으로 벌통 전체를 통제하는 구조입니다. 일벌들이 여왕벌의 몸을 핥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이 페로몬이 군체 전체로 퍼집니다. 이 페로몬이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 동안은 일벌 누구도 번식에 나서지 않습니다. 문제는 봉군 밀도가 너무 높아지면 페로몬이 개체별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분봉열(Swarming fever)인데, 분봉열이란 벌통 내부의 화학적 균형이 무너지면서 일벌들이 새로운 군체를 만들려는 본능이 폭발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여왕벌이 한창 왕성할 때 하루에 산란하는 알은 2,000개에서 3,000개에 이릅니다. 이는 자신의 체중에 맞먹는 알을 매일 쏟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2~3년이 지나 저정낭(Spermatheca) 안의 정자가 고갈되면 산란력이 떨어지고, 페로몬 분비량도 급격히 줄어듭니다. 저정낭이란 여왕벌이 교미 비행 때 수벌에게서 받아 저장해 두는 정자 보관 기관입니다. 페로몬이 줄어드는 순간 일벌들은 여왕벌을 교체 대상으로 판단하고, 갱신(Supersedure)을 시작합니다. 갱신이란 기존 여왕벌을 일벌들이 집단으로 ...

계상 편성 타이밍 (분봉열 예방, 외역봉 확보, 채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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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처음 몇 년간 계상을 그냥 "벌이 많아지면 올리는 상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까시 유밀기에 꿀을 제대로 못 뜬 해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타이밍과 일벌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계상 편성은 단순히 공간을 늘리는 작업이 아닙니다. 강군의 힘을 꿀 생산으로 전환시키는 봉군관리 기술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분봉열, <계상 편성 타이밍>왜 생기고 언제 차단해야 하는가 분봉열(分蜂熱)이란 벌통 내부가 과밀해졌을 때 꿀벌 사회가 무리를 나누어 이탈하려는 본능적 충동을 뜻합니다. 일벌 밀도가 한계치를 넘어서면 통내 온도가 올라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는데, 이때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더 생깁니다. 공간이 좁아지면 여왕벌이 분비하는 여왕 물질(Queen Substance), 즉 여왕 페로몬이 일벌 전체에 고르게 전달되지 못하게 됩니다. 페로몬이란 여왕벌이 군집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분비하는 화학 신호로, 이것이 약해지면 일벌들은 본능적으로 새 왕대(王臺)를 짓기 시작합니다. 왕대란 새로운 여왕벌을 키우기 위해 일벌들이 만드는 특수 벌집 방입니다. 여기서 타이밍을 놓치면 여왕벌이 일벌 절반을 이끌고 나무 꼭대기로 탈출하는 자연 분봉이 발생하고, 고공에 자리 잡은 분봉군은 포획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바로는, 분봉이 일어나고 나서 수습하려 해봤자 이미 봉군 세력이 절반으로 줄어 그 해 채밀은 사실상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제적 공간 확장이 필수입니다. 한국양봉협회에서는 착봉(着蜂), 즉 소비에 붙어 있는 일벌의 수가 8매를 충분히 채우고 그중 5매 이상이 봉충소비(蜂蟲巢脾)로 가득 찬 상태를 계상 편성의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봉충소비란 유충과 번데기가 꽉 들어찬 소비로, 봉군의 세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신호입니다.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약군에 무리하게 계상을 올리면 오히려 내부 보온력이 떨어져 유충 냉해가 생깁니다. 저도 초반에 세력이 미달한 봉군에 욕...

CO₂ 인공분봉 (가스마취, 바로아응애, 귀소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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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분봉할 때 벌통을 4킬로 이상 옮겨야 한다는 말, 양봉 하시는 분들은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5~6년 전부터 봉장을 한 발짝도 안 옮기고 그 자리에서 분봉을 하고 있습니다. CO₂ 가스 마취를 이용한 방법인데, 그 과정에서 바로아응애(Varroa destructor)까지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제 경험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벌통을 옮기지 않아도<CO₂ 인공분봉> 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양봉 교육에서는 인공분봉 후 새 벌통을 기존 봉장에서 최소 3~4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옮기라고 합니다. 귀소성(歸巢性) 때문입니다. 귀소성이란 꿀벌이 태어나고 자란 원래 벌통 위치를 기억하고 돌아오는 본능을 말합니다. 일벌들이 새 벌통 위치보다 기존 위치를 더 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분봉해 놓은 벌이 자꾸 원래 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초보 양봉인 입장에서 인공분봉은 처음부터 번거롭습니다. 벌통 200개가 넘어가면 이동할 차량과 인력도 문제지만, 이동 장소 자체를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아무 데나 갖다 둘 수도 없거든요. 저도 한동안 그 방식으로 했는데, 어느 해부터 도둑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4킬로 떨어진 외진 곳에 벌통을 두면 소비(巢脾), 즉 꿀과 벌집이 들어 있는 틀째로 들고 가버립니다. 벌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면 소비만 빼서 가는 걸 알아차리기 어렵고, 지역 양봉인들 사이에서 해마다 도둑 맞았다는 소문이 돌지만 CCTV도 없는 외지에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동료를 의심하게 되고, 그 배신감은 생각보다 깊습니다. 그래서 저는 CCTV가 갖춰진 제 봉장 안에서 분봉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CO₂ 가스 마취가 그 해답이었습니다. CO₂에 노출된 꿀벌은 일시적으로 활동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귀소 행동이 억제됩니다. 덕분에 같은 봉장 안에서 벌무리를 나눠도 일벌들이 원래 위치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새 벌통에 정착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