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신뢰도, 밀원부족, 표시기준)
저도 처음엔 스티로폼 벌통은 그냥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분매개용으로 쓰거나, 소비 넣어서 판매할 때나 쓰는 소모품 정도로요. 그런데 농장에서 나무 벌통이 하나둘 사라지고 스티로폼과 EPP 벌통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이걸 제대로 알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핀란드 파라다이스 벌통 얘기를 접하고 나서는 더 그랬습니다.
솔직히 나무 벌통에 대한 애정은 아직도 있습니다. 자연 소재고, 수리도 되고, 오래 쓰면 벌통 자체에서 특유의 냄새가 배어나는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무게입니다. 벌통 본체만 놓고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소비(巢脾)를 가득 채운 계상(繼箱)을 올리고 내리는 작업을 하루에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계상이란 벌통 위에 추가로 얹는 상자를 말하는데, 꿀이 채워지면 무게가 상당합니다.
제 농장만 봐도 연로하신 분들이 허리 때문에 벌을 줄이거나 아예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양봉 농가의 고령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양봉 농가의 상당수가 60대 이상이며, 고령 양봉인의 작업 부담 경감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벼운 벌통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양봉을 지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대만 사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대만에서는 법으로 스티로폼 벌통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거기는 겨울에도 영상 15도 안팎이라 월동 부담이 우리와 다릅니다. 그쪽에서는 더 얇고 가벼운 목제 벌통을 씁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대로 쓰면 겨울을 나기 어렵습니다. 기후가 다르면 벌통도 달라야 한다는 게 당연한 얘기 같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이 차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티로폼 벌통은 가볍고 단열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2~3년 지나면 표면이 거칠어지고, 손으로 살짝 건드려도 조금씩 떨어져 나옵니다. 자외선(UV)에 장기간 노출된 스티로폼은 표면 열화(劣化)가 생기는데, 열화란 소재가 빛이나 열에 의해 서서히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게 단순히 벌통이 못생겨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문제와 연결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뜻하는데, 스티로폼이 부스러지면서 이 입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꿀이나 벌에게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환경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인 사안입니다.
그렇다고 "스티로폼 벌통은 위험하다"고 단정하는 건 무책임한 말이라고 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 팔리고, 사서 쓰고 있습니다. 단가가 저렴하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없어질 수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맞습니다. 핀란드 파라다이스 벌통처럼, 스티로폼을 더 강하게 압축해서 만든다면 표면 열화를 줄이고 미세플라스틱 발생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스티로폼 벌통을 고를 때 확인해야 할 항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EPP(Expanded Polypropylene)란 발포 폴리프로필렌을 말하는데, 일반 스티로폼(EPS, Expanded Polystyrene)보다 압축 강도가 높고 탄성이 좋습니다. 쉽게 말해 같은 발포 소재지만 훨씬 단단하고 표면이 잘 부스러지지 않는 소재입니다. 저는 현재 스티로폼 벌통과 EPP 벌통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직접 비교가 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EPP 벌통은 표면을 손으로 눌러도 스티로폼처럼 쉽게 패이거나 부스러지지 않습니다. 몇 년 사용한 스티로폼 벌통 옆에 놓고 보면 차이가 눈에 보입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EPP 벌통의 내부 온·습도 변화가 나무 벌통보다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게 겨울 월동에서 실제 차이를 만드는지가 저는 가장 궁금합니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비교하려면 같은 크기의 봉군을 나무 벌통, 일반 스티로폼 벌통, EPP 벌통에 각각 넣고 같은 조건에서 겨울을 나게 해봐야 합니다. 월동 후 봉군 상태, 봄철 증식 속도, 내부 결로 여부, 사료 소비량까지 비교해야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게 제가 올 겨울 직접 해보고 싶은 실험입니다.
스티로폼 벌통을 오래 쓰고 싶다면 외부 표면 보호는 한 번 고려해볼 만합니다.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는 걸 줄이면 열화 속도가 느려지고, 결과적으로 미세플라스틱 발생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페인트를 칠한 벌통과 그냥 둔 벌통을 몇 년 나란히 놔두고 비교해보니, 페인트 칠한 쪽이 눈에 띄게 덜 일어났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확인한 결과입니다.
다만 아무 페인트나 쓰면 안 됩니다. 벌통에 사용할 경우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적고, 용제(溶劑) 성분이 없는 제품을 골라야 합니다. 용제란 페인트를 묽게 하기 위해 섞는 화학물질로, 벌에게 유해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외부 표면에만 적용하고, 벌통 내부에는 절대 칠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봉군을 넣으면 위험합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페인트 처리 자체보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친환경 수성 페인트나 천연 오일 계열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쓰는 것보다는 분명히 낫습니다.
Q. 스티로폼 벌통을 쓰면 꿀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나요?
A. 현재까지 스티로폼 벌통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 꿀에 직접 유입된다는 명확한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다만 자외선에 의해 표면이 부스러지면서 입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표면 열화를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무조건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관리 방법을 찾는 쪽이 맞습니다.
Q. EPP 벌통과 일반 스티로폼 벌통, 월동 성적 차이가 있나요?
A. 국내 연구에서 EPP 벌통의 내부 온·습도가 나무 벌통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반 스티로폼과의 직접 비교는 아직 제가 진행 중입니다. 단열성 자체는 EPP가 유리하지만, 실제 월동 봉군 상태는 봉군 세력이나 관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스티로폼 벌통 외부에 페인트를 칠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가장 중요한 건 내부에는 절대 칠하지 않는 것입니다. 외부 표면 보호가 목적이라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적은 수성 페인트나 천연 오일 계열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페인트 냄새가 완전히 빠진 뒤에 봉군을 넣어야 합니다.
Q. 대만처럼 얇은 나무 벌통을 한국에서 쓸 수 없나요?
A. 대만은 겨울에도 영상 15도 정도라 월동 부담이 우리와 다릅니다. 한국 겨울에 얇은 나무 벌통을 그대로 쓰면 봉군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기후가 다르면 벌통도 달라야 한다는 게 현장에서 확인한 결론입니다. 우리나라 기후에는 단열성이 확보된 벌통이 필요합니다.
Q. 압축도가 높은 스티로폼 벌통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밀도(kg/m³)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일반 스티로폼은 밀도가 낮아 손으로 눌렀을 때 쉽게 패입니다. 구매 전에 표면을 손가락으로 눌러보거나 긁어봤을 때 잘 부스러지지 않는 제품이 압축도가 높은 것입니다. EPP는 이보다 한 단계 위라고 보면 됩니다.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나무 벌통은 점점 제 농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그 빈자리를 스티로폼과 EPP가 채우고 있습니다. 스티로폼 벌통의 단점을 알면서도 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가볍고, 단열이 되고, 가격이 현실적입니다. 이 현실을 부정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잘 쓸지를 고민하는 것이 맞습니다. 압축도 높은 제품을 고르고, 외부를 적절히 보호하고, 내부는 손대지 않는 것. 이 기본만 지켜도 훨씬 오래, 더 안전하게 쓸 수 있습니다. 올 겨울 나무 벌통과 EPP 벌통을 나란히 두고 월동 결과를 직접 비교해볼 계획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다시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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