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신뢰도, 밀원부족, 표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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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양봉을 시작하기 전까지 사양벌꿀이 뭔지 몰랐습니다. 마트에서 처음 꿀을 봤을 때 '이게 왜 이렇게 싸지?' 하고 넘겼을 뿐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오히려 손이 더 안 가게 됐다는 것, 그게 지금 천연벌꿀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이라고 봅니다. 사양벌꿀이란 무엇인지<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사양벌꿀(飼養蜂蜜)이란 벌에게 화밀(花蜜), 즉 꽃에서 얻는 자연 꿀 대신 설탕을 녹인 사양액(飼養液)을 먹여 생산한 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재료 자체가 꽃이 아니라 설탕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천연벌꿀은 벌이 실제 꽃에서 화밀을 채취해 벌집에 저장·숙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양액을 먹은 벌이 그것을 그냥 병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은 먹이를 체내에서 여러 번 처리하면서 소화효소(消化酵素), 즉 벌의 침과 몸속 효소를 섞어 내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설탕의 성질이 일부 바뀌고, 수분이 낮아지며, 밀개(蜜蓋) 작업까지 거칩니다. 밀개란 벌이 벌집 구멍을 밀랍으로 덮어 저장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설탕물 그대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사양벌꿀을 천연벌꿀과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원료 자체가 다릅니다. 제가 직접 양봉을 하면서 느낀 건, 벌이 효소와 함께 토해내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설탕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천연 화밀에서 비롯된 꿀의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제품은 처음부터 다른 출발점을 가진 식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기준에서도 사양벌꿀과 천연벌꿀은 별도의 품목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 표시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가, 두 제품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밀원 부족이라는 현실, 그래도 사양벌...

꿀벌 여름 관리 (먹이장, 바로아응애, 가을 봉군)

 

솔직히 이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저도 몰랐던 부분입니다. 여름에 먹이를 가득 채우는 게 단순히 배고픈 벌을 먹이는 일이 아니라, 가을 봉군 성장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었다는 걸요. 7월 중순부터 먹이통에 사양액을 채워 넣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가을에 다른 농가보다 눈에 띄게 빠른 봉판 증가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9월 초 봉판모습

먹이장으로 산란 공간<꿀벌 여름 관리>을 조절한 이유

여름에 먹이를 많이 준다는 발상 자체를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더운데 왜 굳이 사양을 하냐"는 반응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건 먹이량이 아니라 소비장의 공간 배분이었습니다.

소비(巢脾)란 벌들이 산란, 육아, 저장에 사용하는 벌집 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벌통 안에 꽂혀 있는 벌집 프레임 하나하나가 소비입니다. 여기에 먹이가 가득 차면 여왕벌이 산란할 수 있는 빈방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저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이 원리를 활용해 산란량을 조절했습니다.

흔히들 여름 봉군 관리를 이야기할 때 브루드 브레이크(brood break)를 언급합니다. 브루드 브레이크란 봉충(封蟲), 즉 벌 애벌레와 번데기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관리 기법을 말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여왕벌을 격리통에 가두는 것인데, 저는 그 방식에 솔직히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여왕벌을 가두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구에서는 적절히 실시한 여왕벌 격리가 효과적이라고 보고하고 있고, 그 방법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 방법 대신 먹이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비슷한 효과를 노렸다는 겁니다.

사양액(飼養液)에 대해서도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양액이란 설탕을 물에 녹인 인공 먹이액을 말하는데,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양액은 밥이 안 된 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벌들이 소비장에 채워 넣고 밀개(密蓋, 벌집 뚜껑)를 씌우면 그때서야 제대로 저장된 먹이가 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퍼부어 주기만 하면 효과가 절반도 안 납니다.

바로아응애 방제와 여름 관리를 연결하는 방법

여름 관리에서 먹이 못지않게 신경 쓴 것이 바로아응애(Varroa destructor) 방제였습니다. 바로아응애란 꿀벌의 가장 심각한 기생성 진드기로, 벌 번데기가 들어 있는 봉개방(封蓋房, 밀납으로 뚜껑이 닫힌 벌방) 안에서 번식합니다. 봉개방이 줄어드는 시기를 노려 방제를 실시하면 응애가 숨을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방제 효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제가 먹이를 채워 넣어 산란량을 줄인 것과 응애 방제를 연결한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봉충량이 줄면 응애가 번식할 봉개방도 줄고, 성충벌 표면에 붙어 있는 응애가 외부로 노출됩니다. 이 시기에 방제를 실시하면 효과가 훨씬 좋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시기에 주유기를 이용해 사양액을 줄 때 노제마 방제제나 면역증강제를 섞어서 함께 공급했습니다.

보통 여름에 먹이를 많이 주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먹이가 부족해서 벌통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두고 "더워서 벌통이 익어서 떠났다"고들 하는데, 제 경험상 먹이를 제때 충분히 주고 응애를 잘 잡아주면 여름을 충분히 버텨냅니다. 응애 밀도(Mite Infestation Level)란 벌 100마리당 붙어 있는 응애의 수를 말하는데, 이 수치가 높아지면 벌통 전체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매년 저희 봉장에서 봉판이 넘쳐서 이웃 농가에 나눠줄 수 있는 배경에는 이 여름 먹이 관리와 응애 방제가 맞물려 있다고 확신합니다.

바로아응애 통합방제(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IPM이란 한 가지 방법만 반복하지 않고 여러 방제 기법을 계절과 봉군 상태에 맞춰 조합하는 관리 전략입니다. 한 번 방제했다고 끝이 아니라, 가을까지 주기적으로 밀도를 확인하고 방법을 바꿔가며 써야 합니다. 출처: Honey Bee Health Coalition에서도 이 통합방제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고, 올해 결과를 보면 옳은 방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름 응애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아래 순서를 기억해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1. 7월 중순부터 사양액을 충분히 공급해 소비장의 먹이 저장량을 높인다
  2. 봉충량이 줄어드는 시점을 확인하고 바로아응애 방제를 실시한다
  3. 방제 후에도 정기적으로 응애 밀도를 점검하며 가을까지 관리를 유지한다
  4. 사양액에 면역증강제나 노제마 방제제를 병행 혼합해 벌의 면역력을 함께 관리한다

가을 봉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진짜 이유

가을에 들어서면서 저는 사양을 의도적으로 줄였습니다. 그러자 벌들이 소비장 안에 저장해 놓았던 먹이를 위쪽으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먹이가 빠져나간 자리에 빈 벌방이 생기고, 그 공간을 여왕벌이 바로 산란에 활용했습니다. 봉충판(封蟲板, 알과 애벌레가 가득 찬 소비)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 흐름이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가을 벌은 이듬해 봄까지 월동하는 장수벌로, 가을 봉군의 크기가 이듬해 봄 봉세를 직접 결정합니다.(출처: 국립농업과학원) 가을에 봉판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 단순히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내년 봄 성적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점 때문에 여름 관리에 더 공을 들이게 됐습니다.

자동사양기로 일괄 공급하는 것이 편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도 그 편의성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주유기를 이용해 벌통마다 직접 사양액을 부어 주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벌통마다 군세(群勢, 봉군의 전체적인 세력과 상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력이 강한 벌통에는 넉넉하게, 약한 벌통에는 조금만 주는 식으로 조절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벌통 하나하나의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제게는 사양 시간 자체가 관찰 시간이 되는 셈입니다.

다만 여름 사양에 주의할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먹이가 지나치게 차면 여왕벌이 아예 산란을 못 하게 되고, 사양액이 주변에 흘리면 도봉(盜蜂), 즉 다른 봉군의 벌이 먹이를 약탈하러 쳐들어오는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채밀(採蜜, 꿀을 채취하는 것)을 앞두고 사양을 하면 사양액이 꿀에 섞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염두에 두고 시기와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여름에 꿀벌에게 먹이를 많이 주면 오히려 해롭지 않나요?

A. 무조건 많이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목적 없이 퍼붓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는 산란 공간 조절과 응애 방제를 함께 염두에 두고 양을 조절했습니다. 먹이가 과도하면 저장공간이 넘쳐 여왕벌이 산란을 아예 못 하게 되므로, 벌통 상태를 보면서 조금씩 공급하는 것이 맞습니다.

Q. 바로아응애 방제는 여름에 한 번만 해도 되나요?

A. 한 번으로 끝내기 어렵습니다. 봉충이 다시 생기면 응애도 다시 번식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름 방제 이후에도 가을까지 주기적으로 응애 밀도를 확인하며 방제 방법을 바꿔가며 써왔습니다. 통합방제(IPM)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Q. 여왕벌 격리 방법과 먹이장 방법 중 어느 쪽이 더 낫나요?

A.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여왕벌 격리는 봉충중단 효과가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고, 연구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보고합니다. 저는 여왕벌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 같아 먹이장 방법을 선택했는데, 이것은 철학의 차이에 가깝습니다. 봉군의 상태와 양봉가의 관리 방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주유기 사양과 자동사양기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자동사양기는 편리하지만 모든 벌통에 동일한 양이 공급됩니다. 주유기는 손이 더 가지만 벌통마다 군세에 맞게 양을 조절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각 벌통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이 관찰 시간이 사양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관리 시간이 됩니다.

Q. 가을에 사양을 줄이면 벌통이 약해지지 않나요?

A. 여름에 먹이장을 충분히 만들어 놓았다면 가을에 사양을 줄여도 벌통 안에 이미 저장된 먹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사양을 줄이면 벌들이 저장 먹이를 위로 올리면서 빈 산란방이 생기고, 여기에 여왕벌이 산란을 시작해 봉충판이 빠르게 늘어납니다. 이 흐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여름 먹이 관리의 핵심입니다.

몇 년째 같은 방식을 반복하면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벌농장은 지금 눈앞의 봉판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몇 달 앞의 벌통 환경을 지금 만들어 두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올해도 봉판이 넘쳐서 이웃 농가에 나눠줄 수 있었던 건 운이 아니라, 7월부터 이어온 먹이 관리와 응애 방제가 쌓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여름에도 같은 방식으로 할 생각입니다.

--- 참고: Honey Bee Health Coalition (https://www.honeybeehealth.org) 국립농업과학원 (https://www.nia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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