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균세화 (봉판 넣기, 약군 관리, 육아권)
여왕벌을 넣으면 일벌들이 반겨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새 여왕벌을 넣은 지 몇 분도 안 돼서 일벌들이 여왕벌 주변에 바짝 달라붙더니 둥글게 감싸버렸습니다. 이게 보호인지 공격인지 한참을 헷갈렸습니다. 여왕벌 유입이 실패하는 이유는 여왕벌이 나빠서가 아니라, 벌통 안 환경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처음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벌들이 여왕벌 주변에 몰려드는 모습이 보호처럼도 보였거든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왕벌을 밀어내고 물려는 행동이었습니다. 이걸 볼링(balling)이라고 합니다. 볼링이란 일벌 여러 마리가 여왕벌을 공 모양으로 단단하게 감싸 압박하는 거부 행동을 말합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여왕벌이 질식하거나 열기에 의해 죽을 수 있습니다.
꿀벌은 얼굴이 아니라 페로몬(pheromone)으로 서로를 인식합니다. 페로몬이란 동료 개체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로, 꿀벌 사회에서는 봉군 전체의 결속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여왕벌은 기존 봉군과 냄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낯선 침입자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왕롱(queen cage)을 활용하는 방법이 권장됩니다. 왕롱이란 여왕벌을 작은 철망 케이지 안에 넣어 일벌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냄새에 서서히 적응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왕롱 없이 바로 풀어주는 방식은 봉군이 안정적일 때만 통하는 방법이더군요. 특히 처음 여왕벌 유입을 시도하는 분들은 왕롱을 쓰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다음 항목들은 유입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 중에서 기존 여왕벌의 유무 확인이 가장 먼저입니다. 살아 있는 여왕벌의 페로몬이 봉군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에서 새 여왕벌을 넣으면 일벌들이 새 여왕벌을 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여왕벌이 없으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단순한 판단이었는지, 직접 실패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저는 왕대를 통해 분봉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처녀여왕이 잘 출방해서 교미를 마치고 산란까지 성공한 벌통이 있었던 반면, 왕대에서 처녀여왕이 나오지 못하거나 교미 비행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벌통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꿀벌 벌통은 자주 열어보면 안 됩니다. 개방하면 봉군이 스트레스를 받고 온도 관리도 흐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왕벌이 없어진 사실을 한참 뒤에야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렇게 무왕 상태(queenless colony), 즉 여왕벌이 없는 봉군 상태가 길어지면 봉군 내부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무왕 기간이 길어지면 일부 일벌의 난소가 발달해 스스로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이를 난산란 일벌(laying worker)이라고 합니다. 난산란 일벌이란 여왕벌의 페로몬 통제에서 벗어나 번식 기능을 갖게 된 일벌로, 이런 봉군에 새 여왕벌을 넣으면 정상적인 봉군보다 거부 반응이 훨씬 강하게 나타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단순히 "여왕벌이 없으니까 빨리 넣어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처녀여왕을 만들어 넣어줘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왕 기간이 짧을수록 유입 성공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기간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외부 먹이가 부족한 시기라면 봉군 전체가 예민해져 있어서 유입 성공률이 더 낮아집니다. 밀원이 부족할 때는 도봉(盜蜂), 즉 다른 봉군의 꿀을 약탈하러 오는 꿀벌의 침입 현상도 잦아지고, 봉군 내부의 스트레스 수준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겹쳤을 때가 가장 유입이 어려웠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발간한 양봉 관련 자료에서도 여왕벌 유입 성공률은 봉군의 세력, 무왕 기간, 계절적 밀원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농업과학원). 이론과 실제가 꽤 일치하는 부분이라 공감이 됐습니다.
여왕벌 유입에서 제가 가장 늦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넣는 기술보다 관찰하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넣느냐에만 집중했습니다. 왕롱을 쓸 것인가, 직접 유입할 것인가, 사탕 마개를 쓸 것인가. 그런데 넣는 방법보다 넣기 전 봉군 상태를 제대로 읽었느냐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봉군의 세력이 너무 약하면 새 여왕벌이 들어와도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합니다. 여왕벌이 산란을 시작하려면 그 주변에서 먹이를 공급하고 보호하는 시종 일벌(attendant bee)이 충분해야 합니다. 시종 일벌이란 여왕벌 주변을 항상 따르며 먹이를 먹이고 몸을 핥아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일벌을 말합니다. 봉군 세력이 지나치게 약한 상태에서는 이 역할을 할 일벌 자체가 부족합니다.
또한 여왕벌 자체의 상태도 중요합니다. 먼 거리에서 운반된 여왕벌은 이동 과정에서 온도 변화와 진동으로 체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노산 여왕벌이나 외상을 입은 여왕벌은 유입 후 빠르게 페로몬 생산이 떨어지면서 일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상태가 좋지 않은 여왕벌을 넣었을 때 일벌들이 처음에는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다가 며칠 뒤 여왕벌이 사라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왜 그런지 이유조차 몰랐는데, 나중에야 여왕벌 상태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유입 후에는 바로 벌통을 열어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최소 2~3일은 출입구 활동만 관찰하면서 봉군 분위기를 읽어야 합니다. 일벌들이 활발하게 꽃가루를 물어 들어오고 있다면 좋은 신호입니다. 꽃가루 반입은 봉군이 육아 중이라는 의미이고, 그것은 여왕벌이 정착해 산란 중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양봉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관찰 단계를 소홀히 해서 유입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출처: 농사로(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Q. 여왕벌을 넣었는데 일벌들이 둥글게 감쌌습니다. 지금 꺼내야 하나요?
A. 볼링 현상이 발생했다면 억지로 꺼내기보다 벌통을 잠시 어둡고 조용한 곳에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손으로 벌을 강제로 떼어내면 여왕벌과 일벌 모두 더 흥분해 상황이 악화됩니다. 상황을 안정시킨 뒤 봉군 상태를 다시 점검하고, 기존 여왕벌이나 왕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무왕 상태가 얼마나 지속됐을 때부터 여왕벌 유입이 어려워지나요?
A. 봉군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무왕 기간이 3주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난산란 일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 경험상 2주 이상 무왕 상태였던 벌통에 여왕벌을 넣었을 때부터 거부 반응이 눈에 띄게 강해졌습니다. 무왕 기간이 길수록 유입 전 봉군 상태 점검을 더 꼼꼼히 해야 합니다.
Q. 왕롱을 사용할 때 어느 정도 기간 후에 풀어주는 것이 좋을까요?
A. 일반적으로 2~4일이 권장됩니다. 이 기간 동안 일벌들이 왕롱 철망을 통해 여왕벌의 냄새와 페로몬에 서서히 익숙해집니다. 풀어주기 전에 왕롱 주변 일벌들의 행동을 관찰해서 핥거나 먹이를 전달하려는 행동이 보이면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Q. 밀원이 부족한 시기에는 여왕벌 유입을 피해야 하나요?
A. 꼭 피해야 한다기보다 그 시기에는 봉군이 예민한 상태임을 미리 알고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합니다. 먹이가 부족하면 봉군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도봉도 잦아지기 때문에 왕롱을 활용한 단계적 유입 방식이 더 안전합니다. 시기가 여의치 않다면 사전에 대용 화분이나 설탕물로 봉군을 안정시키는 것도 방법입니다.
Q. 여왕벌 유입 후 며칠 뒤에 내부를 확인하는 것이 적당한가요?
A. 최소 5~7일 후가 적당합니다. 너무 일찍 열어보면 봉군이 흥분해 여왕벌이 다시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출입구 관찰로 꽃가루 반입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면 그때 내부 산란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여왕벌 한 마리를 바꾸는 작업이 이렇게 복잡한 일일 줄은 처음에 몰랐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결국 핵심은 벌통 안 상황을 먼저 읽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여왕벌 유무, 무왕 기간, 봉군 세력, 외부 먹이 상황, 여왕벌 자체의 상태까지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이 유입 성공률을 가장 크게 높여줬습니다. 양봉은 벌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살펴주는 데서 시작된다는 말이 이제는 실감이 납니다. 다음 유입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새 여왕벌보다 먼저 벌통 안을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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