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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신뢰도, 밀원부족, 표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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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양봉을 시작하기 전까지 사양벌꿀이 뭔지 몰랐습니다. 마트에서 처음 꿀을 봤을 때 '이게 왜 이렇게 싸지?' 하고 넘겼을 뿐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오히려 손이 더 안 가게 됐다는 것, 그게 지금 천연벌꿀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이라고 봅니다. 사양벌꿀이란 무엇인지<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사양벌꿀(飼養蜂蜜)이란 벌에게 화밀(花蜜), 즉 꽃에서 얻는 자연 꿀 대신 설탕을 녹인 사양액(飼養液)을 먹여 생산한 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재료 자체가 꽃이 아니라 설탕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천연벌꿀은 벌이 실제 꽃에서 화밀을 채취해 벌집에 저장·숙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양액을 먹은 벌이 그것을 그냥 병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은 먹이를 체내에서 여러 번 처리하면서 소화효소(消化酵素), 즉 벌의 침과 몸속 효소를 섞어 내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설탕의 성질이 일부 바뀌고, 수분이 낮아지며, 밀개(蜜蓋) 작업까지 거칩니다. 밀개란 벌이 벌집 구멍을 밀랍으로 덮어 저장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설탕물 그대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사양벌꿀을 천연벌꿀과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원료 자체가 다릅니다. 제가 직접 양봉을 하면서 느낀 건, 벌이 효소와 함께 토해내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설탕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천연 화밀에서 비롯된 꿀의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제품은 처음부터 다른 출발점을 가진 식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기준에서도 사양벌꿀과 천연벌꿀은 별도의 품목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 표시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가, 두 제품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밀원 부족이라는 현실, 그래도 사양벌...

꿀벌 취급 요령 (벌이 사나워지는 진짜 이유, 일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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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통을 자주 열수록 벌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셨나요? 직접 겪어보니 정반대였습니다. 양봉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뼈저리게 배운 것은 벌통을 여는 횟수가 아니라 열었을 때 무엇을 보느냐가 전부라는 점이었습니다. 벌을 잘 키우는 사람과 못 키우는 사람의 차이는 장비가 아니라 관찰 습관에서 갈립니다. 벌통 앞에서 멈추는 것이 진짜 시작입니다 <꿀벌 취급 요령> 처음 양봉을 시작했을 때 저는 벌통을 열고 소비를 꺼내 들여다보는 것이 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관리가 아니라 그냥 구경이었습니다. 진짜 관리는 벌통 뚜껑에 손을 얹기 전, 입구 앞에서 잠깐 멈추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소문(巢門)이란 벌통 앞쪽에 뚫린 출입구를 말합니다. 외역벌(外役蜂), 즉 꽃가루와 꿀을 찾아 밖으로 나가는 일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이 소문 앞을 하루에 한 번만 들여다봐도 봉군(蜂群), 다시 말해 벌 무리 전체의 상태를 꽤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화분(花粉)을 가득 묻혀 들어오는 벌이 많으면 봉군이 활발하다는 신호이고, 소문 앞에 죽은 벌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면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제가 양봉을 하면서 터득한 것 중 하나는 소문 점검은 반드시 멀찍이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벌통 바로 앞에 서면 외역벌들의 비행 경로를 막게 되고, 벌들이 불편해하기 시작합니다. 벌통 뒤에서 내검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사람이 비행 경로 한복판에 서 있으면 벌은 자기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맴돌다가 결국 예민해집니다. 소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벌은 진동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벌통 주변에서 발을 쿵쿵 구르거나, 갑작스럽게 큰 소리를 내거나, 손으로 뚜껑을 탁 치는 행동만 해도 벌들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고, 조용히 다가가는 것. 이게 벌통 앞에서 지켜야 할 첫 번째 예절입니다. 내검할 때 벌이 사나워지는 진짜 이유 내검(內檢)이란 벌통 내부를 직접 열어 소비를 꺼내 ...

꿀벌 봉군 관찰법 (외부관찰, 내부점검, 도봉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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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양봉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벌통을 자주 열어볼수록 관리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건 반대였습니다. 벌통을 열기 전, 소문(巢門) 앞에서 5분만 제대로 들여다봐도 내부 상태를 꽤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짧은 관찰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꿀벌 봉군 관찰법> 외부관찰: 벌통을 열기 전에 먼저 소문 앞에 서다 저는 매일 아침 양봉장에 나가면 가장 먼저 각 벌통의 소문(巢門) 앞을 확인합니다. 소문이란 벌들이 드나드는 벌통의 출입구를 뜻하는데, 이곳이 하루의 봉군 상태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창구입니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침 소문 앞에서 대부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침 점검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죽은 벌의 숫자가 아닙니다. "어제와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졌느냐"를 보는 겁니다. 벌통 앞에 죽은 벌이 몇 마리 있다고 해서 바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건 섣부른 결론입니다. 수명이 다한 일벌이 벌통 밖으로 나가 죽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문제는 평소에는 2~3마리 수준이던 것이 갑자기 수십 마리로 늘었을 때입니다. 이런 경우 저는 즉시 주변 상황을 함께 살핍니다. 전날 인근 농경지에서 방제(防除) 작업이 있었는지, 말벌이 벌통 입구에 출몰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합니다. 방제란 농작물의 병해충을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는 행위로, 꿀벌에게 치명적인 농약 피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죽은 벌의 숫자 자체보다는, 그 숫자가 보내는 신호가 무엇인지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벌들의 비행 패턴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어린 일벌들이 소문 근처에서 짧게 날아다니며 비행 연습을 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면, 내부에서 육아(育兒)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육아란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체 일벌이 나오는 전 과정을 가리킵니다. 이 모습이 꾸준히 보이는 봉군은 세력이 건강하게 ...

문지기벌과 장수말벌 (문지기벌, 도봉, 장수말벌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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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벌통 앞에서 꽤 참담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장수말벌 수십 마리가 벌통 하나를 집중 공격하고 있었고, 입구 아래에는 꿀벌 사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문지기벌이라는 개념을 알고, 꿀벌 사회의 방어 체계를 꽤 신뢰했던 터라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꿀벌은 봉군(蜂群) 단위로 외부 위협을 막아낸다고 알려져 있지만, 장수말벌 앞에서 그 체계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지를 직접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문지기벌과 장수말벌> 문지기벌이 지키는 것과 지키지 못하는 것   양봉을 몇 년 하다 보면 벌통 입구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깁니다. 벌들이 그냥 바쁘게 들락날락하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입구 근처에서 유독 신중하게 움직이는 벌들이 있습니다. 이 벌들이 바로 문지기벌입니다. 들어오는 벌에게 다가가 냄새를 확인하고, 수상하면 공격하는 역할을 합니다. 꿀벌은 봉군 식별을 주로 페로몬(pheromone), 즉 화학적 신호에 의존합니다. 페로몬이란 같은 종의 개체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로, 꿀벌에게는 사실상 신분증 역할을 합니다. 같은 봉군의 벌은 비슷한 봉군 냄새를 공유하고 있어 문지기벌이 금방 동료로 인식합니다. 반대로 다른 봉군에서 날아온 벌은 냄새가 달라 즉각 경계 대상이 됩니다. 이 냄새 식별 시스템은 도봉(盜蜂), 즉 다른 봉군의 벌이 먹이를 훔치러 침입하는 상황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도봉이란 세력이 약해진 벌통 주변에서 다른 봉군의 일벌들이 저장된 꿀을 빼앗으러 몰려드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도봉이 시작되면 벌통 입구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평소의 질서 있는 출입 대신 벌들이 서로 엉키거나 입구 주변을 이상하게 맴도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때 문지기벌은 상당히 잘 작동합니다. 저도 직접 겪어보니 도봉이 오래 지속되기 전에 입구 분위기만 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먼저 옵니다. 그런데 장수말벌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문지기벌이 봉군 내 방어의 첫 번째 선(線)이라는 건 맞습니다. 하지...

여왕벌 일생 (여왕벌 페로몬, 자연분봉, 윙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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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농장 바닥에서 날개가 잘린 채 죽어 있는 여왕벌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평생 알만 놓다가 저렇게 끝나는구나 싶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여왕벌이 벌통의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직접 보고 나면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뀝니다. 여왕벌의 일생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 생리 구조와 역할을 이해해야 비로소 양봉 관리의 핵심이 보입니다. 여왕벌<여왕벌 일생>  페로몬이 벌통을 지배하는 방식 여왕벌이 봉군을 유지하는 핵심은 근력이나 위계가 아니라 화학 물질입니다. 여왕벌의 하악선에서는 9-ODA(9-옥소-2-데센산)를 주성분으로 하는 여왕벌 물질, 즉 QMP(Queen Mandibular Pheromone)가 끊임없이 분비됩니다. QMP란 일벌들의 난소 발달을 억제하고 왕대 건설 본능을 차단하는 화학적 신호 물질로, 쉽게 말해 여왕벌이 체액으로 벌통 전체를 통제하는 구조입니다. 일벌들이 여왕벌의 몸을 핥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이 페로몬이 군체 전체로 퍼집니다. 이 페로몬이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 동안은 일벌 누구도 번식에 나서지 않습니다. 문제는 봉군 밀도가 너무 높아지면 페로몬이 개체별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분봉열(Swarming fever)인데, 분봉열이란 벌통 내부의 화학적 균형이 무너지면서 일벌들이 새로운 군체를 만들려는 본능이 폭발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여왕벌이 한창 왕성할 때 하루에 산란하는 알은 2,000개에서 3,000개에 이릅니다. 이는 자신의 체중에 맞먹는 알을 매일 쏟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2~3년이 지나 저정낭(Spermatheca) 안의 정자가 고갈되면 산란력이 떨어지고, 페로몬 분비량도 급격히 줄어듭니다. 저정낭이란 여왕벌이 교미 비행 때 수벌에게서 받아 저장해 두는 정자 보관 기관입니다. 페로몬이 줄어드는 순간 일벌들은 여왕벌을 교체 대상으로 판단하고, 갱신(Supersedure)을 시작합니다. 갱신이란 기존 여왕벌을 일벌들이 집단으로 ...

계상 편성 타이밍 (분봉열 예방, 외역봉 확보, 채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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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처음 몇 년간 계상을 그냥 "벌이 많아지면 올리는 상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까시 유밀기에 꿀을 제대로 못 뜬 해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타이밍과 일벌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계상 편성은 단순히 공간을 늘리는 작업이 아닙니다. 강군의 힘을 꿀 생산으로 전환시키는 봉군관리 기술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분봉열, <계상 편성 타이밍>왜 생기고 언제 차단해야 하는가 분봉열(分蜂熱)이란 벌통 내부가 과밀해졌을 때 꿀벌 사회가 무리를 나누어 이탈하려는 본능적 충동을 뜻합니다. 일벌 밀도가 한계치를 넘어서면 통내 온도가 올라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는데, 이때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더 생깁니다. 공간이 좁아지면 여왕벌이 분비하는 여왕 물질(Queen Substance), 즉 여왕 페로몬이 일벌 전체에 고르게 전달되지 못하게 됩니다. 페로몬이란 여왕벌이 군집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분비하는 화학 신호로, 이것이 약해지면 일벌들은 본능적으로 새 왕대(王臺)를 짓기 시작합니다. 왕대란 새로운 여왕벌을 키우기 위해 일벌들이 만드는 특수 벌집 방입니다. 여기서 타이밍을 놓치면 여왕벌이 일벌 절반을 이끌고 나무 꼭대기로 탈출하는 자연 분봉이 발생하고, 고공에 자리 잡은 분봉군은 포획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바로는, 분봉이 일어나고 나서 수습하려 해봤자 이미 봉군 세력이 절반으로 줄어 그 해 채밀은 사실상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제적 공간 확장이 필수입니다. 한국양봉협회에서는 착봉(着蜂), 즉 소비에 붙어 있는 일벌의 수가 8매를 충분히 채우고 그중 5매 이상이 봉충소비(蜂蟲巢脾)로 가득 찬 상태를 계상 편성의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봉충소비란 유충과 번데기가 꽉 들어찬 소비로, 봉군의 세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신호입니다.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약군에 무리하게 계상을 올리면 오히려 내부 보온력이 떨어져 유충 냉해가 생깁니다. 저도 초반에 세력이 미달한 봉군에 욕...

CO₂ 인공분봉 (가스마취, 바로아응애, 귀소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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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분봉할 때 벌통을 4킬로 이상 옮겨야 한다는 말, 양봉 하시는 분들은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5~6년 전부터 봉장을 한 발짝도 안 옮기고 그 자리에서 분봉을 하고 있습니다. CO₂ 가스 마취를 이용한 방법인데, 그 과정에서 바로아응애(Varroa destructor)까지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제 경험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벌통을 옮기지 않아도<CO₂ 인공분봉> 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양봉 교육에서는 인공분봉 후 새 벌통을 기존 봉장에서 최소 3~4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옮기라고 합니다. 귀소성(歸巢性) 때문입니다. 귀소성이란 꿀벌이 태어나고 자란 원래 벌통 위치를 기억하고 돌아오는 본능을 말합니다. 일벌들이 새 벌통 위치보다 기존 위치를 더 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분봉해 놓은 벌이 자꾸 원래 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초보 양봉인 입장에서 인공분봉은 처음부터 번거롭습니다. 벌통 200개가 넘어가면 이동할 차량과 인력도 문제지만, 이동 장소 자체를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아무 데나 갖다 둘 수도 없거든요. 저도 한동안 그 방식으로 했는데, 어느 해부터 도둑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4킬로 떨어진 외진 곳에 벌통을 두면 소비(巢脾), 즉 꿀과 벌집이 들어 있는 틀째로 들고 가버립니다. 벌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면 소비만 빼서 가는 걸 알아차리기 어렵고, 지역 양봉인들 사이에서 해마다 도둑 맞았다는 소문이 돌지만 CCTV도 없는 외지에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동료를 의심하게 되고, 그 배신감은 생각보다 깊습니다. 그래서 저는 CCTV가 갖춰진 제 봉장 안에서 분봉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CO₂ 가스 마취가 그 해답이었습니다. CO₂에 노출된 꿀벌은 일시적으로 활동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귀소 행동이 억제됩니다. 덕분에 같은 봉장 안에서 벌무리를 나눠도 일벌들이 원래 위치로 바로 복귀하지 않고 새 벌통에 정착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

벌꿀 소분 판매 (흡습성, 식품위생법, 표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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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로컬푸드 매장에 꿀을 납품하면 팔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준비해보니 서류만 열 가지가 넘었고, 그 과정을 다 밟아도 정작 매장에서는 특산품 판매소보다 안 팔린다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벌꿀 소분 판매를 준비하는 분들이 알아야 할 법적 요건과 위생 공정, 그리고 이 시장이 왜 지금 무너지고 있는지를 제 경험 기반으로 정리했습니다. 흡습성, <벌꿀 소분 판매> 수동 소분이 왜 위험한가 벌꿀을 오래 다뤄온 분들도 의외로 흡습성(Hygroscopicity)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흡습성이란 공기 중의 수분을 스스로 빨아들이는 성질을 뜻합니다. 꿀은 당 농도가 높아 삼투압이 세고 수분이 낮아 비교적 안전한 식품이지만, 소분 작업 중 대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표면부터 수분이 올라옵니다. 문제는 이 수분 상승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꿀 내부의 수분 함량이 20%를 넘어가는 순간, 내삼투성 효모(Osmophilic Yeast)가 활성화됩니다. 내삼투성 효모란 일반 효모보다 높은 당 농도에서도 살아남아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미생물입니다. 쉽게 말해, 꿀이 발효되어 변질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수작업으로 느리게 병을 채우다 보면 이 임계점을 넘길 가능성이 생각보다 큽니다. 자동 소분기를 도입하면 밀폐된 호퍼(Hopper) 노즐을 통해 용기에 직접 충진하므로 공기 노출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어듭니다. 호퍼란 원료를 담아두고 하단 노즐로 정량 배출하는 깔때기형 저장 장치를 말합니다. 또한 로드셀(Load cell) 기반의 중량 감지 방식이 적용된 장비는 설정된 그램 단위로 오차 없이 반복 충진이 가능합니다. 로드셀이란 압력 변화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무게를 측정하는 센서입니다. 수동 작업에서 기온에 따라 점도가 달라지면 충진량 편차가 커지는데, 이 편차가 법적 허용 오차를 벗어나면 정량 표시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식품위생법, 농가가 꼭 알아야 할 시설 기준 벌꿀을 소분해...

장마철 봉장 관리 (침수 예방, 도봉, 소독, 말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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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처음 장마를 맞이했을 때, 비만 안 오면 그냥 괜찮겠지 싶었습니다. 벌통 뚜껑도 있고, 나름 처마 밑에 세워뒀으니까요. 그 안일함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는, 장마가 끝나고 벌통 바닥에 고인 빗물과 곰팡이를 직접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장마철 봉장 관리는 단순히 비를 피하는 게 아니라, 봉군 전체의 생존을 결정짓는 일이었습니다. 침수 예방, <장마철 봉장 관리> 벌통 받침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봉장을 처음 차렸을 때 벌통 받침대를 그냥 평평하게 놓으면 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집중호우가 한 번 쏟아지고 나서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받침대 한쪽이 기울어졌고, 결국 벌통이 살짝 앞으로 넘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완전히 쓰러지진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받침대 점검을 절대 대충 넘기지 않게 됐습니다. 배수로(排水路)란 봉장 주변에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파놓은 물길을 말합니다. 경사지에 봉장을 운영한다면 비 오기 전에 이 배수로를 깊게 정비해 두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벌통 세팅 시 뒷부분을 앞쪽보다 약 1~2cm 높게 기울여 놓으면 빗물이 벌통 내부로 역류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방법을 알기 전까지는 왜 내검할 때마다 소비(巢脾) 하단이 눅눅한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소비란 꿀벌이 밀랍으로 만든 벌집 구조물로, 여기에 꿀과 화분, 알이 저장됩니다. 습기가 차면 곰팡이와 질병의 온상이 됩니다. 벌통 위 방수 처리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개포(蓋布)란 벌통 내부 최상단에 덮는 천으로, 보온과 방습 역할을 합니다. 이 개포가 오래돼서 올이 풀렸거나 구멍이 났으면 장마 전에 반드시 교체해야 합니다. 저도 그냥 쓰다가 장마 시즌에 개포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벌통 뚜껑도 마찬가지로,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벽돌이나 고정핀으로 고정해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비 오기 전에 봉장을 한 바퀴 돌면서 날아갈 것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아래는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비 오기 전 반...

이동양봉 실전 (기자재 세척, 왕대 관리, 채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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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이동양봉이 "꽃 따라 벌 데리고 다니면 꿀 많이 딴다"는 단순한 공식인 줄 알았습니다. 의령 대추꿀 채밀 때 벌통을 몽땅 버리고 나서야, 이 일이 얼마나 치밀한 준비와 인간관계까지 포함된 복합 전략인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아카시아 유밀기를 앞두고 기자재 세척부터 왕대 관리, 채밀 현장 운영까지 제가 겪고 배운 것들을 풀어놓겠습니다. 기자재 세척과 소독, <이동양봉 실전> 귀찮아도 절대 건너뛸 수 없는 이유 유밀기(流蜜期)란 꽃에서 꿀이 분비되어 벌들이 집중적으로 채집할 수 있는 시기를 뜻합니다. 아까시 유밀기가 가까워지면 봉군(蜂群), 즉 한 통 안에 함께 사는 벌 집단의 세력이 빠르게 불어납니다. 이때 벌통과 기자재가 오염되어 있으면 병원균이 급속도로 퍼지고, 채밀한 꿀 자체의 품질도 흔들립니다. 17매상 스티로폼 벌통은 이동과 분봉에 주로 쓰이는데, 재사용 전에 반드시 고압세척기로 내부를 씻어낸 다음 락스나 전용 소독수를 분무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독 후 햇볕에 완전히 건조하는 일광 소독(日光消毒) 과정입니다. 잔류 소독 성분이 벌에게 직접 닿으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단계를 서두르면 안 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그늘에서 말린 벌통에 벌을 넣었다가 며칠 후 벌들이 이상 행동을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무조건 뙤약볕에 반나절 이상 말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꿀 이송용 펌프와 드럼통 점검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채밀 현장에서 펌프가 막히거나 드럼통이 부족하면 그 시간만큼 꿀이 낭비됩니다. 유밀기는 날씨와 개화 시기에 따라 며칠에서 길어야 2주 안팎이기 때문에, 장비 하나 고장이 당일 채밀량 전체를 날릴 수 있습니다. 미리 2개 이상의 드럼통과 예비 벌통 3개 정도를 확보해 두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망입니다. 왕대 관리와 분봉 압축, 수치로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분봉열(分蜂熱)이란 봉군 세력이 지나치게 커졌을 때 벌들이 스스로 무리를 나누어 새 집을 찾으려...

산란촉진 (착봉, 육아권, 화분떡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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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란촉진을 위해 화분떡을 잔뜩 쌓아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이 주면 벌이 잘 클 거라 믿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게 전혀 아니었습니다. 먹이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따로 있었고, 그 순서를 놓치면 애써 산란받은 것들이 고스란히 허사가 됩니다. 봄, 여름, 가을 산란촉진의 진짜 우선순위, 제가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착봉이 먼저다, <산란촉진> 기온의 함정 며칠 전 경북 청송군 밤 기온이 11도까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낮에는 30도를 넘나드는데 밤이면 뚝 떨어지는 기온, 이게 생각보다 벌통 내부에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그때 느낀 건 '아, 이래서 착봉이 최우선이구나'였습니다. 착봉(着蜂)이란 벌들이 소비(巢脾) 위에 빽빽하게 달라붙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벌이 한 공간에 단단하게 뭉쳐 있는 밀집 상태입니다. 이 착봉 상태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봉구(蜂球) — 벌들이 군집을 이뤄 체온을 유지하는 덩어리 — 내부 온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제가 실제로 관리해보면서 확인한 것은, 벌 3장이 있을 때 소비를 3장 그대로 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감하게 2장으로 줄여서 벌이 밀착되도록 유도합니다. 소비가 많으면 벌이 넓게 퍼지고, 넓게 퍼진 벌은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육아권(育兒圈) 바깥쪽 알과 유충을 지켜내지 못합니다. 육아권이란 여왕벌이 산란하고 일벌들이 유충을 키우는 소비의 중심부 구역을 뜻합니다. 이 구역 안에 산란이 집중되어야 일벌들이 체온으로 유충을 감싸고 제대로 키울 수 있습니다. 육아권 밖으로 산란이 퍼지면 어떻게 될까요? 밤 기온이 내려가는 순간 일벌들이 그쪽까지 커버하지 못하고, 결국 알이나 어린 유충을 스스로 파내버립니다. 여왕벌이 열심히 낳은 것들을 벌들이 직접 정리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격리판(隔離板) — 봉군의 활동 공간을 물리적으로 나누는 판 — 너머에는 소비를 두지 않습니다. 격리판 너머에 소비가 있으면 벌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흩어지...

송전탑 공사와 양봉 피해 (귀소본능, 군집붕괴, 보상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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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처음에 송전탑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줄 몰랐습니다. 바위를 깨는 발파 소리가 골짜기를 울릴 때, 벌들이 소문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나서야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양봉 농가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시작된 공사, 그리고 말이 계속 바뀌던 개발사 담당자들. 그 몇 년간의 경험을 정리해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꿀벌의 귀소본능, <송전탑 공사와 양봉 피해>왜 송전탑 옆에서 무너지는가 꿀벌이 집을 찾아 돌아오는 능력을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고 합니다. 꿀벌은 머리 부위에 자성 물질을 품고 있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방향을 잡는데, 이 능력이 꽤 정교합니다. 그런데 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인위적인 전자기장은 이 지구 자기장을 왜곡시킵니다. 외역을 나간 벌이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집을 찾지 못하는 벌을 미아벌이라고 부릅니다. 미아벌이 대거 발생하면 봉군(蜂群), 즉 하나의 벌 집단 전체가 급격히 무너지는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으로 이어집니다. 군집붕괴현상이란 외역을 나간 일벌들이 한꺼번에 귀환하지 못해 여왕벌과 어린 벌들만 남고 군세가 순식간에 와해되는 현상입니다. 제가 그 시기에 직접 목격한 것도 바로 이 상황이었습니다. 벌통 앞에 앉아 있다 보면 평소와 다르게 벌들이 무기력하게 소문 주변을 맴돌고, 외역 비행 자체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또 한 가지 놓치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꿀벌은 밀원지의 위치를 동료에게 알릴 때 8자 춤(Waggle dance)을 춥니다. 8자 춤이란 먹이 위치와 거리를 몸의 흔들림과 방향으로 동료에게 전달하는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전자기장 교란이 심해지면 이 신호 자체가 부정확해져서, 밀원을 찾으러 나간 벌들이 허탕을 치는 일이 반복됩니다. 결국 채밀량(採蜜量), 즉 한 시즌에 거둬들이는 꿀의 양이 눈에 띄게 떨어지게 됩니다. 송전탑 이후에 풍력 발전기까지 들...

꿀벌 월동 사양 (가을 먹이주기, 사양액 농도, 밀개 먹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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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처음엔 월동 먹이는 겨울에 넣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양봉을 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가을에 얼마나 꼼꼼하게 준비했느냐가 이듬해 봄 벌통의 생사를 가릅니다. 특히 가을 먹이주기 타이밍과 사양액 농도를 잘못 잡으면, 공들인 벌통이 봄에 텅텅 비어 있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으면서 정리한 월동 사양의 핵심을 공유합니다. ☆☆☆사양액은 밥이 안된 상태고 밀개는 밥이 된 상태입니다 벌들이 일을 많이하면 빨리 죽는다는거 아실거에요 (아까시꿀 철에는 수명이 25일 정도) 시원해지면서 벌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납니다 그 전에 밥을 해놔야 새로 태어난 벌들이 일을 덜하고 세력이 불어납니다 8월 20일 전에 먹이 60%정도 채우고 월동벌 산란받기 시작합니다  가을 먹이주기, <꿀벌 월동 사양>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월동 먹이는 날이 추워지기 시작할 때쯤 넣어주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틀린 타이밍입니다. 기온이 본격적으로 내려간 뒤에 사양액을 공급하면 벌들의 신진대사가 이미 떨어진 상태라 당액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합니다. 벌집 안에서 수분이 날아가지 않으면 먹이가 묽은 채로 남고, 겨울철 벌통 내부 습도가 올라가면서 먹이가 변질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저는 8월 초부터 시작합니다. 월동 벌이 자라나는 시기에 이미 먹이 채우기를 병행하는 것이지요. 주유기로 사양기 통에 가득 넣어 주되, 약군(봉군 세력이 약한 벌통)은 1/3 정도만 넣습니다. 먹이가 남아서 며칠씩 사양기에 고여 있으면 냄새를 맡은 이웃 벌통 벌들이 몰려드는 도봉(盜蜂) 현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도봉이란 다른 봉군의 벌들이 냄새를 따라 먹이를 빼앗으러 침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번 도봉이 붙으면 약군은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먹이주기 시간도 중요합니다. 낮 시간에 사양하면 도봉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저녁 6시 이후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로 낮에 실수로 사양했다가 인근 ...

됫박벌집꿀 생산 (됫박증소, 가격폭락, 보관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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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됫박벌집꿀을 시작하면 돈이 된다는 말, 정말 맞을까요? 저는 부푼 꿈을 안고 나무를 직접 짜고 페인트칠까지 해가며 됫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꿀이 차오를 때쯤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제가 1년간 직접 부딪히며 배운 됫박벌집꿀의 실제를,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풀어봅니다. 됫박증소, <됫박벌집꿀 생산>교과서대로 하면 정말 될까 일반적으로 됫박증소(增巢)란 벌통 위에 됫박을 추가로 올려 벌이 꿀을 저장할 공간을 늘려주는 작업을 뜻합니다. 세력이 좋은 봉군(蜂群)을 중심으로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리면 된다고들 말하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봉군이란 한 벌통 안에서 생활하는 벌들의 집단 전체를 가리킵니다. 세력이 강한 봉군은 됫박 2칸씩 올려도 버티지만, 약군(弱群), 즉 세력이 약한 봉군에 한꺼번에 공간을 넓혀주면 오히려 내부 보온이 무너져 역효과가 납니다. 저는 초반에 이 부분을 간과하고 무리하게 증소를 했다가 몇 군을 망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로는 약군은 무조건 1칸씩, 천천히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6월 말 헛개나무와 야생화 밀원이 열리는 시기에는 저밀(貯蜜) 속도가 빨라집니다. 저밀이란 벌들이 됫박 안에 꿀을 채워 넣는 것을 뜻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공간 부족으로 분봉이 일어나거나 저밀 효율이 뚝 떨어집니다. 저는 오전 중에 세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상태에 따라 18개, 22개, 많을 때는 38개까지 순차적으로 올렸습니다. 숫자만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됫박 하나하나마다 벽면에 날짜를 견출지로 표기해야 나중에 숙성도와 출하 시기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날짜 기록이 없으면 꿀이 언제 들어찼는지 알 방법이 없어집니다. 테이핑 작업도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됫박과 됫박 사이 연결부에 틈새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도봉(盜蜂)이 발생합니다. 도봉이란 다른 벌통의 벌이나 말벌이 틈새로 침입해 저장된 꿀을 훔쳐가는 현상인데, 비가 온 뒤 습기와...

꿀벌 도봉 예방 (무밀기 대처, 약군 관리, 사양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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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盜蜂)이 한번 터지면 사흘이면 벌통 하나가 텅 빕니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제가 직접 경험한 현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도봉은 약군이 있을 때 생기는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농장주의 작은 실수 하나가 멀쩡한 봉군도 무너뜨리는 방아쇠가 됩니다. 무밀기, <꿀벌 도봉 예방>벌들이 달라지는 계절 무밀기(無蜜期)란 밀원식물에서 꿀이 거의 나오지 않는 시기를 뜻합니다. 여름 장마가 길어지거나 폭염이 이어지면 벌들이 외부에서 꿀과 화분을 구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때가 바로 도봉 사고가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는 벌들의 성격 자체가 예민해집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냄새에도 반응하고, 조금이라도 먹이가 있다 싶으면 수백 마리가 순식간에 몰려듭니다. 외역봉(外役蜂)이란 꿀을 구하러 밖으로 나가는 일벌을 가리킵니다. 밀원이 풍부할 때는 외역봉이 꽃밭을 향하지만, 무밀기에는 이 벌들이 먹이 냄새를 좇아 이웃 벌통까지 넘봅니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냄새를 맡고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벌은 먹이 위치를 8자춤(waggle dance)으로 동료에게 정확히 알립니다.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숫자가 불어납니다. 제가 봉장을 관리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주변 농가에서 도봉이 발생해도 내 농장까지 불똥이 튄다는 점입니다. 2킬로미터 안에 있는 벌통들은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고 봐야 합니다. 누군가의 벌통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벌들이 냄새를 따라 이동하고, 결국 약군이 있는 내 봉장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습니다. 도봉은 내 봉장 안에서만 관리한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여름철 무밀기는 꿀벌 군세 유지에 가장 취약한 시기로, 봉군 손실의 상당 부분이 이 시기에 집중된다고 합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 이 시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가을 채밀 시즌 자체가 날아가 버립니다. 도봉의 진짜 원인은 벌이 아니라 관리 방식 일반적으로 도봉은 약군(弱群), 즉...

봉군 실태조사 (조사 대비, 부정수급,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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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 되면 양봉 농가마다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월동 준비도 준비지만,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봉군 실태조사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조사를 받았을 때는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고 나니, 조사 자체보다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훨씬 더 골치 아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봉군 실태조사, 뭘 준비해야 하는가 봉군 실태조사(蜂群 實態調査)란 각 지자체가 관내 양봉 등록 농가를 대상으로 실제 사육 봉군 수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행정 조사입니다. 쉽게 말해 "등록한 벌통 수만큼 실제로 벌을 치고 있는지"를 공무원이 직접 봉장에 나와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보통 9월 말부터 북부 면 단위를 시작으로 10월 초까지 남부 지역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됩니다. 이 조사 결과가 향후 보조금 지급 기준, 기자재 지원, 사료 지원 등 각종 농가 지원 사업의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아온 경험상, 조사 전에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강군(强群)과 약군(弱群)을 구분해 실제 봉군 수를 정확하게 파악해 두기 — 강군이란 봉세(蜂勢), 즉 벌 무리의 세력이 충분한 벌통을 말하고, 약군은 세력이 약해진 벌통을 뜻합니다. 두 가지를 혼동하지 않고 따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봉 일지와 방제 기록을 최신 상태로 정리해 두기 — 아픈 응애 방제 기록, 사료 급여 기록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면 조사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기자재 수급 현황 정리 — 소초광(巢礎框), 격왕판(隔王板) 등 장비 보유 현황을 기록해 두면 향후 기자재 지원 수요조사 때 유리합니다. 소초광이란 벌이 벌집을 짓도록 틀에 밀랍을 얇게 붙여 만든 기초틀을 말하고, 격왕판이란 여왕벌이 산란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금속 또는 플라스틱 격자판을 뜻합니다. 이런 기자재 목록을 미리 정리해 두면 조사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조사가 단순한 ...

자연분봉 (왕대, 분봉군, 인공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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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4시쯤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응애 방제에 내금까지 마치고 이제 좀 쉬나 했더니, 헛개나무 쪽에서 평소와 다른 소리가 들렸습니다. 달려가 보니 벌들이 가지에 새까맣게 뭉쳐 있고, 장수말벌까지 달려들고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두 벌통에서 자연분봉이 났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과 제가 느낀 점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자연분봉이란 무엇인가, 처음 보면 꼭 사고처럼 보인다 자연분봉(自然分蜂, natural swarming)이란 하나의 꿀벌 군집이 두 개 이상의 새로운 군집으로 나뉘는 집단 번식 행동입니다. 단순히 벌이 많아져서 밖으로 나가는 현상이 아니라, 꿀벌이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오래된 번식 방식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십중팔구 "벌이 도망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분봉이 일어나기 전에 벌통 안에서는 이미 준비가 한창 진행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신호가 왕대(王臺)입니다. 왕대란 일벌들이 새로운 여왕벌을 키우기 위해 만드는 특수한 방으로, 일반 육아방보다 훨씬 크고 도토리처럼 생겼습니다. 벌통을 열었을 때 왕대가 여러 개 보이고 그 안에 유충이 들어 있다면, 분봉 준비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다만 왕대가 하나 보인다고 무조건 분봉을 앞둔 것은 아닙니다. 왕 교체, 즉 기존 여왕벌을 교체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왕대도 있기 때문에 왕대의 위치와 숫자, 벌통 전체의 세력을 함께 봐야 합니다. 분봉 직전에는 여왕벌의 산란량이 줄고 벌통 주변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소란스러워집니다. 그날 아침에도 벌들이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바빠서 그냥 지나쳤던 것이 후회로 남았습니다. 분봉 당일에는 수많은 일벌이 여왕벌과 함께 벌통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이 무리를 분봉군(分蜂群)이라고 합니다. 분봉군이란 기존 벌통을 떠나 새로운 집을 찾아 이동하는 꿀벌 무리 전체를 뜻합니다. 이들은 가까운 나뭇가지나 담장에 일시적으로 뭉쳐 덩어리를 만들고, 그 사이에 정찰벌이 새로운 집터를 탐색합니다. 적당한 ...

양봉 수분 벌 납품 (참외밭, 딸기밭, 사과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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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 초기에 양봉으로 겨울 벌통을 그냥 놀릴 바에야 시설 농가에 납품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통당 2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솔직히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참외밭에 보내고 나서야 이게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참외밭, 딸기밭, 사과밭 세 곳의 수분 납품을 직접 겪어본 경험을 정리합니다. 참외밭 납품, <양봉 수분 벌 납품>20만원이 마냥 이득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참외밭 수분 벌 납품은 겨울을 넘긴 벌통을 20만 원에 팔고, 봄에 돌아오는 조건으로 관리까지 맡는 구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2월 말에 벌통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계산이 전혀 다르게 나왔습니다.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여러 차례 오가며 화분떡을 공급했습니다. 화분떡(花粉떡)이란 꿀벌의 단백질 먹이원인 화분을 압축 가공한 보충 사료를 말합니다. 시설 하우스 내부는 단일 작물만 있어 꿀벌이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스스로 채우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인위적으로 보충해 줘야 합니다. 그렇게 몇 번씩 다녀가며 관리를 했는데, 5월이 지나도 "가져가라"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결국 제가 먼저 연락한 건 7월 말이었습니다. 돌아온 벌통 상태는 처참했습니다. 응애(Varroa mite)가 번진 봉군이었는데, 응애란 꿀벌의 몸에 기생하며 체액을 빨아 먹는 외부 기생충으로 방치하면 봉군 전체가 붕괴됩니다. 거기다 바이러스성 질병까지 겹쳐 있어서 사실상 재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참외밭 측에서는 벌통 폐기 비용으로 2만 원이 든다고 했고, 저는 서로 윈윈하자는 생각으로 2만 원을 주고 직접 회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날리고 점심까지 사먹으며 돌아왔는데, 손에 남은 건 거의 없었습니다. 벌 농사는 겨울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그해 한 해 농사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월동(越冬)에 성공해 세력이 탄탄해진 봉군을 2월 말에 곧바로 외부 환경에 내보내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고, 관리권이 사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