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균세화 (봉판 넣기, 약군 관리, 육아권)
도봉(盜蜂)이 한번 터지면 사흘이면 벌통 하나가 텅 빕니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제가 직접 경험한 현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도봉은 약군이 있을 때 생기는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농장주의 작은 실수 하나가 멀쩡한 봉군도 무너뜨리는 방아쇠가 됩니다.
무밀기(無蜜期)란 밀원식물에서 꿀이 거의 나오지 않는 시기를 뜻합니다. 여름 장마가 길어지거나 폭염이 이어지면 벌들이 외부에서 꿀과 화분을 구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때가 바로 도봉 사고가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는 벌들의 성격 자체가 예민해집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냄새에도 반응하고, 조금이라도 먹이가 있다 싶으면 수백 마리가 순식간에 몰려듭니다.
외역봉(外役蜂)이란 꿀을 구하러 밖으로 나가는 일벌을 가리킵니다. 밀원이 풍부할 때는 외역봉이 꽃밭을 향하지만, 무밀기에는 이 벌들이 먹이 냄새를 좇아 이웃 벌통까지 넘봅니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냄새를 맡고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벌은 먹이 위치를 8자춤(waggle dance)으로 동료에게 정확히 알립니다.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숫자가 불어납니다.
제가 봉장을 관리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주변 농가에서 도봉이 발생해도 내 농장까지 불똥이 튄다는 점입니다. 2킬로미터 안에 있는 벌통들은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고 봐야 합니다. 누군가의 벌통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벌들이 냄새를 따라 이동하고, 결국 약군이 있는 내 봉장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습니다. 도봉은 내 봉장 안에서만 관리한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여름철 무밀기는 꿀벌 군세 유지에 가장 취약한 시기로, 봉군 손실의 상당 부분이 이 시기에 집중된다고 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이 시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가을 채밀 시즌 자체가 날아가 버립니다.
일반적으로 도봉은 약군(弱群), 즉 세력이 약한 벌통이 있을 때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약군이란 여왕벌이 없거나 일벌 수가 현저히 적어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운 봉군을 말합니다. 이 설명 자체는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봉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약군보다는 농장주의 관리 실수에 있다고 봅니다.
가장 흔한 실수 두 가지를 꼽으라면, 첫째는 사양액을 벌통 밖에 흘리는 것, 둘째는 꿀이 묻은 소비(巢脾)를 바깥에 오래 두는 것입니다. 소비란 벌집이 만들어진 틀로, 채밀 후 남은 찌꺼기 꿀이 묻어 있으면 강력한 도봉 유발원이 됩니다. 아깝다고 "벌들이 빨아먹게 하지 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무밀기에는 그게 독이 됩니다. 순식간에 도봉벌이 몰려들고, 그 냄새를 따라 다른 벌통까지 공격 대상이 됩니다.
저도 한 번 크게 당했습니다. 자동사양기 호스를 다람쥐가 물어뜯어서 사양액이 조금씩 새고 있었는데, 처음엔 그냥 두었습니다. 쥐덫도 놔보고 약도 써봤지만 다람쥐는 계속 왔고, 호스 틈새로 새는 사양액이 봉장 바닥을 적셨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여러 벌통에서 도봉이 동시에 발생했고, 말벌까지 냄새를 맡고 날아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다람쥐가 뜯었다면 사양을 즉시 중단하고, 호스 전체에 물을 흘려 사양액을 씻어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스에 사양액이 남아 있는 한, 도봉은 계속 옵니다.
사양액(飼養液)이란 설탕과 물을 일정 비율로 섞어 벌에게 인공적으로 먹이는 당액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사양액이 하루 이틀이 지나면 발효되면서 냄새가 강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때부터 약군 벌통이 도봉의 표적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약군에 사양액을 넉넉히 주는 것이 오히려 그 벌통을 망친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잘 크라고 많이 주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발효된 냄새가 도봉을 불러오고 결국 그 벌통이 쓸려 나가는 상황이 됩니다.
제가 지금 쓰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약군에는 강군 벌통에서 꿀이 든 먹이장(저장소비)을 꺼내 직접 넣어줍니다. 이 방법은 냄새가 거의 없고, 벌들이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사양액처럼 흘러넘길 위험도 없습니다. 사양액을 조금씩 자주 주는 방법도 있지만, 무밀기에 약군이라면 먹이장 교환이 훨씬 안전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도봉이 시작됐을 때 나타나는 신호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아래 증상이 보이면 즉시 대응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 중 두세 가지가 겹치면 도봉이 확실합니다. 이 시점부터는 한 시간이 아쉽습니다.
도봉이 의심되는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출입구를 좁히는 것입니다. 소문(巢門)이란 벌통의 출입구를 말하는데, 이 소문을 좁혀 약군이 방어해야 할 공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넓은 출입구는 침입벌이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 일벌 두세 마리가 겨우 드나들 정도로 좁혀야 합니다.
도봉이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벌통을 잠시 다른 장소로 옮기는 방법도 씁니다. 원래 위치에 도봉벌이 이미 냄새를 학습한 상태라면, 소문을 좁혀도 그 자리에 계속 몰려듭니다. 이럴 때는 벌통을 밀봉한 뒤 서늘한 곳에서 하루 이상 안정시키고, 이후 원위치에 놓을 때 소문을 최소로 열어 상황을 살피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다만 봉장 내 이동 거리도 벌의 귀소 본능을 고려해야 합니다. 너무 가까이 옮기면 여왕벌을 잃은 일벌들이 원위치로 돌아가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봉이 발생한 뒤에는 벌통 주변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흘린 사양액은 물로 씻어내고, 꿀 냄새가 나는 도구나 장갑도 즉시 정리합니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출입구만 막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제 경험상 도봉은 한번 끊기면 다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남아 있는 냄새 때문입니다.
합봉(合蜂)이란 두 봉군을 하나로 합치는 관리 방법을 말합니다. 무왕군이나 회복 가능성이 낮은 약군은 이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약군 하나를 끝까지 살리려다가 주변 벌통까지 도봉에 끌어들이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벌통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봉장 전체를 지키는 더 나은 선택일 때가 있습니다. 이건 차갑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몇 년 양봉을 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판단입니다.
양봉 관련 정보는 농사로(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꿀벌 관리 기술과 무밀기 대처법에 관한 공식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Q. 도봉과 일반 출입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일반적으로는 벌통 출입이 비교적 질서 있게 흐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도봉이 시작되면 벌통 앞에서 벌들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정상 외역봉은 방향이 일정한 데 반해, 도봉벌은 입구 주변을 맴돌거나 방어벌과 충돌합니다. 배가 불룩하게 부른 벌이 나오는 것도 확인 포인트입니다.
Q. 약군에 사양액을 많이 주면 안 되나요?
A. 많이 주면 잘 클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오히려 그 벌통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양액은 하루 이틀이 지나면 발효되면서 냄새가 강해지고, 그 냄새가 도봉을 불러옵니다. 약군에는 강군의 먹이장을 빼서 직접 넣어주는 방식이 훨씬 안전합니다.
Q. 다람쥐가 사양호스를 물어뜯어서 사양액이 새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쥐덫이나 퇴치제로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다람쥐는 포기를 모릅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자동사양을 즉시 중단하고 호스에 물을 충분히 흘려 사양액을 완전히 씻어내는 것입니다. 호스에 사양액이 남아 있는 한 도봉은 계속 유입됩니다.
Q. 도봉이 심할 때 벌통을 얼마나 멀리 옮겨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3킬로미터 이상 이동하면 귀소 혼란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봉장 내 위치를 조금만 바꿔도 도봉벌의 재방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 이동 후 소문을 좁게 열어 벌들이 새 위치에 적응하도록 해야 하고, 냄새 원인을 함께 제거하지 않으면 얼마 못 가 다시 시작됩니다.
Q. 주변 농가에서 도봉이 생겼는데 내 봉장도 위험한가요?
A. 위험합니다. 꿀벌의 행동권은 최대 3킬로미터 안팎이라, 같은 생활권에 있는 봉장은 사실상 도봉 영향권 안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주변에서 도봉 소식이 들리면 내 봉장의 약군을 먼저 점검하고, 소문을 미리 좁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도봉은 벌이 나쁜 게 아닙니다. 먹이가 부족한 계절에 냄새를 따라 움직이는 건 벌의 본능입니다. 결국 그 냄새를 만든 쪽이 문제입니다. 사양액을 흘리고, 소비를 밖에 두고, 약군을 방치한 것, 전부 농장주의 실수입니다. 저도 그 실수를 직접 하면서 배웠습니다. 무밀기가 오기 전에 약군을 정리하고, 사양은 조심스럽게, 벌통 앞 움직임은 매일 살피는 것. 이 세 가지가 몸에 배면 도봉으로 크게 당하는 일은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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