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양봉과 부업양봉의 문제점, 전업농가 멘토, 멘티 제도가 필요한 이유
영덕에서 전국 양봉인의 날 행사장까지 버스로 몇 시간이나 걸리냐고, 주변 양봉인들이 반문할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그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책으로 공부하면 되지 않나"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작년에 직접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가 상상조차 못 했던 신제품들이 부스마다 쌓여 있었고, 그 하루가 웬만한 책 몇 권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줬습니다.
전시 부스를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압도됐습니다. 자동채밀기(自動採蜜機)가 늘어선 코너만 해도 열 개 가까운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채밀기란 원심력을 이용해 소비(巢脾, 벌집 틀)에서 꿀을 뽑아내는 기계인데, 불과 2~3년 전 제품과 비교해도 소음이나 세척 편의성이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책이나 유튜브로는 절대 이 차이가 잡히지 않습니다.
자동사양기(自動飼養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동사양기란 벌통 뚜껑을 열지 않고도 외부에서 설탕물이나 화분 대용 먹이를 공급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벌을 자극하지 않아도 되고 작업 시간도 줄어드는데, 제가 직접 써봤던 구형 모델의 단점이었던 먹이 역류 문제가 신제품에서는 상당 부분 해결되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제조사 직원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것, 이게 생각보다 큰 강점입니다.
가격 면에서도 현장 할인이 적용되어, 평소보다 10~2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꿀병이나 포장재 같은 소모품도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고를 수 있으니, 사실상 1년치 구매 계획을 하루 만에 세우고 오는 셈입니다.
바로아응애(Varroa destructor)는 전 세계 양봉 산업이 공통으로 직면한 기생충 문제입니다. 바로아응애란 꿀벌의 번데기 방에 침입해 체액을 빨아먹고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진드기로, 방치하면 봉군(蜂群, 벌 무리 전체)이 수개월 안에 붕괴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매년 꿀벌 소멸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출처: 국립농업과학원)
작년 행사장에서 바로아응애 방제 약제만 세어봤더니 스물다섯 종이 넘었습니다. 미세 분무기를 이용한 수용성 약제, 훈증기(燻蒸器)를 활용한 기화 방제, 포름산 방식의 유기산계 약제까지 방식도 제각각이었습니다. 훈증기란 약제를 열이나 전기로 기화시켜 벌통 내부에 고르게 퍼뜨리는 장치로, 잔류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더 눈길을 끈 건 면역증강제였습니다. 면역증강제(免疫增强劑)란 꿀벌의 자체 방어력을 높여 질병과 기생충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보조제인데, 작년만 해도 시중에서 보기 힘들었던 신제품들이 대거 출시되어 있었습니다. 약제 저항성(藥劑抵抗性), 즉 특정 약제를 반복 사용하면 응애가 내성을 획득하는 문제에 대응하려면 방제 방식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렇게 한자리에서 선택지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드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카탈로그만 받아서는 절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직접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행사장에서는 상품 책자와 함께 소량 사은품도 나눠줬는데, 집에 돌아와서 실제로 써보고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 낭비가 없었습니다. 이런 식의 현장 체험이 구매 실패를 줄여준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진이 발표하는 학술 심포지엄은 솔직히 처음에는 기대를 크게 안 했습니다. "어차피 보고서 수준의 이야기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달랐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밀원수(蜜源樹) 개화 시기 변화가 실제 채밀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지역별 데이터를 근거로 설명하는 방식이 훨씬 실질적이었습니다. 밀원수란 꿀벌이 꿀과 화분을 채취하는 꽃을 피우는 나무나 식물을 통칭하는 말로, 아카시아·싸리·유채 등이 대표적입니다.
화분매개(花粉媒介, 폴리네이션)에 관한 강연도 인상 깊었습니다. 화분매개란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受粉)을 돕는 과정으로, 국내 농작물 생산의 상당 부분이 꿀벌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양봉인의 역할이 단순히 꿀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걸, 수치로 확인하고 나니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더군요.
무엇보다 유익했던 건 옆 자리에 앉은 전라도나 경기도 양봉인과 나눈 비공식 대화였습니다. 올해 아카시아 꿀 채밀량이 얼마나 됐는지, 월동(越冬) 준비를 언제부터 시작하는지, 봉군 분봉(分蜂, 벌 무리가 나눠지는 현상) 시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같은 현장 노하우는 강연장보다 이런 자리에서 더 많이 나왔습니다. 영덕에서 버스 타고 몇 시간을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국 각지의 벌꿀,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봉독, 화분이 한자리에 모이는 우수 양봉 산물 품평회는 경쟁 구도를 파악하기에 좋은 자리입니다. 프로폴리스(Propolis)란 꿀벌이 식물 수지(樹脂)를 모아 항균·항바이러스 목적으로 벌통 틈새를 메우는 물질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부스를 돌아봤는데, 같은 원산지라도 가공 방식에 따라 색과 향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에게 어떻게 차별화해 설명할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독(蜂毒, 아피톡신)을 전문으로 수집해 판매하는 농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봉독이란 꿀벌이 분비하는 독액으로, 전기 자극 방식의 수집 장치를 이용해 벌에게 큰 해를 주지 않고 채취할 수 있습니다. 채밀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봉독이나 프로폴리스, 로열젤리로 소득을 다각화한 농가들의 실제 사례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양봉 대상 수여식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이는 먹어가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날들이 이어질수록, 노동 강도는 낮추면서 수익은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그 힌트가 이 행사장 안에 있었습니다.
Q. 전국 양봉인의 날 행사에 처음 참가하는데, 꼭 챙겨야 할 일정이 있나요?
A. 기자재 박람회 전시관과 학술 심포지엄은 하루 일정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두 축입니다. 전시관은 오전 일찍 가야 사람이 덜 몰리고 제조사 담당자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심포지엄은 특히 바로아응애 방제와 이상기후 대응 강연이 포함된 세션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수 산물 품평회와 양봉 대상 수여식도 수익 모델 참고용으로 들러볼 가치가 있습니다.
Q. 바로아응애 방제 약제를 현장에서 구매하면 일반 구매보다 저렴한가요?
A. 행사 현장에서는 출품 업체들이 현장 할인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보다 10~2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적지 않습니다. 단, 모든 제품이 할인 대상은 아니므로 미리 평소 거래하던 제품의 가격을 확인해두고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은품으로 소량 샘플을 받아 집에서 먼저 써본 뒤 대량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이 실패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Q. 지역 양봉조합이나 지회를 통해 단체로 참가하는 방법이 있나요?
A. 각 지역 지부·지회에서 버스를 공동으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덕의 경우 이번 행사에서 버스 2대를 편성해 단체로 이동할 예정이며, 이동 중에도 양봉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정보 교류가 이뤄집니다. 소속 지회에 미리 문의하면 참가 신청 방법과 출발 일정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Q. 양봉을 시작한 지 1~2년 된 초보자가 가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요?
A. 오히려 초보자일수록 얻는 게 많은 행사입니다. 기자재 부스에서는 제품 사용법을 직접 시연해주고, 학술 강연도 현장 적용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경력이 짧아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국 양봉인들과 직접 대화하며 지역별 관리 노하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초보자에게는 큰 자산이 됩니다.
Q. 행사에서 접한 스마트 양봉 기술은 실제 농가에 적용 가능한 수준인가요?
A. 스마트 센서를 활용한 봉군 상태 모니터링이나 자동 사양 시스템은 이미 실제 농가에서 적용 중인 제품들입니다. 물론 도입 비용이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농가에 모두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몸이 예전만큼 따라주지 않는 베테랑 양봉인일수록,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 관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이런 기술이 결국 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영덕에서 버스 2대를 끌고 몇 시간을 가는 것이 무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제 경험상 그 하루는 1년 치 양봉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옆 자리 양봉인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올해 아직 참가를 망설이고 있다면, 지역 지회에 먼저 연락해서 단체 버스 자리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양봉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