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신뢰도, 밀원부족, 표시기준)

이미지
  솔직히 저는 양봉을 시작하기 전까지 사양벌꿀이 뭔지 몰랐습니다. 마트에서 처음 꿀을 봤을 때 '이게 왜 이렇게 싸지?' 하고 넘겼을 뿐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오히려 손이 더 안 가게 됐다는 것, 그게 지금 천연벌꿀 시장이 맞닥뜨린 현실이라고 봅니다. 사양벌꿀이란 무엇인지<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사양벌꿀(飼養蜂蜜)이란 벌에게 화밀(花蜜), 즉 꽃에서 얻는 자연 꿀 대신 설탕을 녹인 사양액(飼養液)을 먹여 생산한 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재료 자체가 꽃이 아니라 설탕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천연벌꿀은 벌이 실제 꽃에서 화밀을 채취해 벌집에 저장·숙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양액을 먹은 벌이 그것을 그냥 병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은 먹이를 체내에서 여러 번 처리하면서 소화효소(消化酵素), 즉 벌의 침과 몸속 효소를 섞어 내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설탕의 성질이 일부 바뀌고, 수분이 낮아지며, 밀개(蜜蓋) 작업까지 거칩니다. 밀개란 벌이 벌집 구멍을 밀랍으로 덮어 저장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설탕물 그대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사양벌꿀을 천연벌꿀과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원료 자체가 다릅니다. 제가 직접 양봉을 하면서 느낀 건, 벌이 효소와 함께 토해내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설탕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천연 화밀에서 비롯된 꿀의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제품은 처음부터 다른 출발점을 가진 식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기준에서도 사양벌꿀과 천연벌꿀은 별도의 품목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 표시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가, 두 제품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밀원 부족이라는 현실, 그래도 사양벌...

됫박꿀 직접 만들어보니 (설탕꿀, 밀원식물, 천연숙성꿀)

 

우리나라 국토의 63%가 임야임에도 꿀벌 과밀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작년에 됫박꿀을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정부 지원 설탕만으로 됫박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 솔직히 현장에서 직접 해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됫박꿀
됫박꿀이란 무엇인가, <됫박꿀 직접 만들어보니>그리고 현실은

됫박꿀이란 벌통 위에 됫박(사양통)을 올려 설탕을 녹인 사양액(飼養液)을 먹이고, 꿀벌이 이를 가공해 저장한 것을 수확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꽃꿀 대신 설탕물을 원료로 삼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됫박꿀은 100% 사양액으로 만들어진 설탕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작년 6월에 됫박을 올려 9월에 내렸는데, 그 사이에 헛개꿀, 밤꿀, 쉬나무꿀, 회화꽃꿀, 심지어 감로(甘露)까지 섞여 들어갔습니다. 감로란 진딧물이나 깍지벌레 같은 곤충이 식물에서 빨아낸 수액을 꿀벌이 수집한 것으로, 유럽에서는 고급 꿀로 취급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종류입니다. 밀원(蜜源), 즉 꿀벌이 꿀을 수집하는 꽃이 피는 시기와 됫박 운용 시기가 겹치다 보니 사실상 잡화꿀이 돼버린 것입니다.

자연꿀이 들어오면 벌은 사양액을 외면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다. 됫박을 올려둬도 밀원이 있는 시기엔 꿀벌이 사양액보다 꽃꿀을 먼저 가져왔고, 됫박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들은 별도 채반에 내려 병에 담았더니 향과 맛이 진하고 끈적한 천연숙성꿀(natural ripened honey)이 됐습니다. 천연숙성꿀이란 꿀벌이 꽃꿀의 수분을 충분히 날려 효소 작용으로 완숙시킨 꿀로, 인위적 가열이나 희석 없이 벌통 안에서 자연 발효된 상태를 말합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줬더니 기존 사양꿀과 비교가 안 된다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설탕 지원사업, 실제로 됫박꿀이 가능한 양인가

정부가 설탕 사료를 일부 보조해주는 사업이 있다는 건 양봉 농가라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두고 "설탕 지원으로 사양꿀(飼養蜜)을 생산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현장에서 직접 써보니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사양꿀이란 설탕 등 인공 사료를 원료로 꿀벌이 만들어낸 꿀을 가리키며, 천연꿀과 구별됩니다.

현재 지원 방식은 설탕 구입비의 50%를 자부담으로 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작년에 됫박꿀 생산을 위해 별도로 사들인 설탕의 양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정부 지원분은 그 일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됫박꿀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지원받은 설탕을 팔아먹을 수도 없고, 그 양만으로 사양꿀을 만들 수도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 무밀기(無蜜期)는 유독 깁니다. 무밀기란 꿀벌이 채집할 꽃꿀이 거의 없는 시기로, 이 기간에는 설탕 사료를 먹여 봉군(蜂群)의 생존을 유지해야 합니다. 봉군이란 여왕벌 한 마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의 꿀벌 집단 단위를 말합니다. 무밀기가 길다는 건 사료 소모량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지원 설탕은 생존용 사료로도 모자랍니다. 사료조차 부족한 판에 그걸로 사양꿀을 생산한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됫박꿀 생산 과정에서 직접 겪은 문제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1. 정부 지원 설탕(50% 자부담)은 됫박꿀 생산에 필요한 사양액 총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2. 자연 밀원이 있는 시기에는 꿀벌이 사양액을 외면해 됫박꿀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3. 6월~9월 운용 기간 동안 헛개꿀, 밤꿀, 쉬나무꿀, 회화꽃꿀, 감로가 혼입돼 잡화꿀이 됐습니다.
  4. 지원받은 설탕은 판매도, 사양꿀 생산에 활용도 사실상 불가능한 양이었습니다.

밀원식물 부족, 왜 해결이 안 되나

양봉 과밀(過密) 문제의 뿌리는 밀원식물(蜜源植物) 부족입니다. 밀원식물이란 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채집할 수 있는 식물로, 아까시나무·헛개나무·피나무·밤나무·쉬나무·엄나무·다릅나무 등이 대표적입니다. 농지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짓듯, 밀원식물이 없으면 양봉도 지속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밀원식물을 심을 유인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바다에는 어장 소유권이 있어 무단 채취를 막지만, 사유림(私有林)에서 아무리 꿀샘식물을 가꿔도 먼저 벌통을 가져다 놓는 사람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산주가 피땀 흘려 밀원수를 심어도 임산물로 보호받지 못하고, 그 수익은 제3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누가 밀원식물을 심겠습니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불합리였습니다.

관할 문제도 있습니다. 꿀벌이 주로 산림에서 활동하므로 산림청이 관장하는 것이 상식처럼 보이지만, 현재는 꿀벌이 가축이자 화분매개(花粉媒介) 곤충이라는 이유로 농촌진흥청 소관입니다. 화분매개란 꿀벌이 꽃가루를 운반해 식물의 수분(受粉)을 돕는 역할을 뜻합니다. 다만 산림청 이관에 대해서는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꿀벌은 화분매개를 통해 과수·채소 농업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는 만큼 농업 부문과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업무를 통째로 넘기기보다는, 밀원식물 조성과 산림 관련 업무는 산림청이 주도하고 화분매개 관리는 농촌진흥청이 담당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산림청의 밀원식물 조성 현황은 산림청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조성 사업이 있긴 하지만, 여론에 떠밀려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최근 양봉도 직불금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그걸 산주들에게 주어 밀원식물 조성으로 돌리는걸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로 윈 윈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설탕꿀 허용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세계양봉연맹(Apimondia)은 사람이 가공하지 않은 천연숙성꿀만 벌꿀로 인정합니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설탕꿀은 엄밀히 벌꿀이 아닌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를 벌꿀로 유통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어, 국산꿀 전반에 '설탕꿀'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해외 여행에서 외국산 꿀을 선물로 사오는 일이 일상이 된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설탕꿀 생산에 매달리다 보면 꿀벌 건강도 무너집니다. 과로한 꿀벌은 수명이 45일도 채 안 됩니다. 진드기 방제(防除)를 제때 못 하고, 쉴 틈 없이 사양액을 가공하다 지친 꿀벌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대량으로 사라지는 일이 봄마다 반복됩니다. 방제란 해충이나 질병을 막기 위한 예방·치료 행위를 총칭합니다. 당국은 해마다 "원인 불명의 질병" 또는 "날씨 탓"이라는 발표로 일관하지만, 일을 너무 많이 시킨 꿀벌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불편한 진실은 좀처럼 수면 위로 오르지 않습니다.

2029년에는 베트남산 꿀 수입관세가 폐지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지금부터라도 설탕꿀 허용 정책을 재검토하고, 천연숙성꿀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2029년 이후 국내 양봉 농가는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재 보조금을 뿌리고 설탕 사료를 일부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됫박꿀을 만들어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됫박꿀은 무조건 설탕꿀인가요?

A. 일반적으로 됫박꿀은 설탕 사양액으로만 만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해보니 밀원이 있는 시기에는 꿀벌이 사양액을 외면하고 꽃꿀을 먼저 수집했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됫박을 운용한 결과, 헛개꿀·밤꿀·쉬나무꿀·회화나무꽃꿀·감로가 혼입돼 사실상 잡화꿀이 됐습니다. 됫박꿀이라고 해서 반드시 100% 설탕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정부 설탕 지원사업으로 됫박꿀 생산이 가능한가요?

A. 제 경험상 불가능합니다. 지원분은 자부담 50%를 포함해도 됫박꿀 생산에 필요한 사양액 총량에 한참 못 미칩니다. 우리나라 무밀기가 길다 보니 지원 설탕은 봉군 생존용 사료로도 모자란 경우가 많고, 그 양으로 사양꿀을 생산한다는 건 현장과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Q. 밀원식물을 개인 사유림에 심으면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현재 법 구조상 사유림에서 밀원식물을 가꿔도 임산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먼저 벌통을 가져다 놓는 사람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여서, 산주 입장에서는 밀원식물을 심을 이유가 없습니다. 어장에 소유권이 있는 바다와 달리 임야의 밀원 수익권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입니다.

Q. 천연숙성꿀과 사양꿀은 맛 차이가 나나요?

A. 솔직히 이건 제가 직접 비교해봤는데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됫박꿀 중 사양액 비중이 낮고 자연꿀이 혼입된 것들을 별도로 채반에 내려 병에 담았더니, 향과 점도가 기존 사양꿀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진했습니다. 주변 분들 반응도 같았습니다. 천연숙성꿀은 꿀벌이 수분을 충분히 날려 효소 작용으로 완숙시킨 것이라 풍미 자체가 다릅니다.

Q. 양봉 봉군 수가 많으면 꿀 생산량도 무조건 늘어나나요?

A. 밀원식물 단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봉군 수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꿀벌끼리 밀원을 두고 경쟁이 심해져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꿀벌 과밀 국가가 된 것도 밀원식물 조성 없이 봉군 수만 늘어난 결과입니다. 농토 없이 농사를 짓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구조입니다.

됫박꿀 하나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 양봉 정책의 구조적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설탕 지원으로 사양꿀을 생산한다는 인식, 밀원식물 없이 봉군 수만 늘리는 방식,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설탕꿀 허용 정책 모두 2029년 관세 철폐라는 현실 앞에서 버티기 어렵습니다. 지금 양봉을 시작하거나 운영 중이라면, 됫박꿀 생산보다 밀원식물 확보와 천연숙성꿀 품질 관리에 먼저 집중하시길 권합니다.

--- 참고: 농민신문

#됫박꿀, #설탕꿀, #밀원식물, #양봉정책, #천연숙성꿀, #사양액, #양봉산업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