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벌꿀과 천연벌꿀 (신뢰도, 밀원부족, 표시기준)
우리나라 국토의 63%가 임야임에도 꿀벌 과밀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작년에 됫박꿀을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정부 지원 설탕만으로 됫박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 솔직히 현장에서 직접 해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됫박꿀이란 벌통 위에 됫박(사양통)을 올려 설탕을 녹인 사양액(飼養液)을 먹이고, 꿀벌이 이를 가공해 저장한 것을 수확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꽃꿀 대신 설탕물을 원료로 삼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됫박꿀은 100% 사양액으로 만들어진 설탕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작년 6월에 됫박을 올려 9월에 내렸는데, 그 사이에 헛개꿀, 밤꿀, 쉬나무꿀, 회화꽃꿀, 심지어 감로(甘露)까지 섞여 들어갔습니다. 감로란 진딧물이나 깍지벌레 같은 곤충이 식물에서 빨아낸 수액을 꿀벌이 수집한 것으로, 유럽에서는 고급 꿀로 취급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종류입니다. 밀원(蜜源), 즉 꿀벌이 꿀을 수집하는 꽃이 피는 시기와 됫박 운용 시기가 겹치다 보니 사실상 잡화꿀이 돼버린 것입니다.
자연꿀이 들어오면 벌은 사양액을 외면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다. 됫박을 올려둬도 밀원이 있는 시기엔 꿀벌이 사양액보다 꽃꿀을 먼저 가져왔고, 됫박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들은 별도 채반에 내려 병에 담았더니 향과 맛이 진하고 끈적한 천연숙성꿀(natural ripened honey)이 됐습니다. 천연숙성꿀이란 꿀벌이 꽃꿀의 수분을 충분히 날려 효소 작용으로 완숙시킨 꿀로, 인위적 가열이나 희석 없이 벌통 안에서 자연 발효된 상태를 말합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줬더니 기존 사양꿀과 비교가 안 된다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정부가 설탕 사료를 일부 보조해주는 사업이 있다는 건 양봉 농가라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두고 "설탕 지원으로 사양꿀(飼養蜜)을 생산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현장에서 직접 써보니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사양꿀이란 설탕 등 인공 사료를 원료로 꿀벌이 만들어낸 꿀을 가리키며, 천연꿀과 구별됩니다.
현재 지원 방식은 설탕 구입비의 50%를 자부담으로 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작년에 됫박꿀 생산을 위해 별도로 사들인 설탕의 양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정부 지원분은 그 일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됫박꿀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지원받은 설탕을 팔아먹을 수도 없고, 그 양만으로 사양꿀을 만들 수도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 무밀기(無蜜期)는 유독 깁니다. 무밀기란 꿀벌이 채집할 꽃꿀이 거의 없는 시기로, 이 기간에는 설탕 사료를 먹여 봉군(蜂群)의 생존을 유지해야 합니다. 봉군이란 여왕벌 한 마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의 꿀벌 집단 단위를 말합니다. 무밀기가 길다는 건 사료 소모량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지원 설탕은 생존용 사료로도 모자랍니다. 사료조차 부족한 판에 그걸로 사양꿀을 생산한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됫박꿀 생산 과정에서 직접 겪은 문제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양봉 과밀(過密) 문제의 뿌리는 밀원식물(蜜源植物) 부족입니다. 밀원식물이란 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채집할 수 있는 식물로, 아까시나무·헛개나무·피나무·밤나무·쉬나무·엄나무·다릅나무 등이 대표적입니다. 농지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짓듯, 밀원식물이 없으면 양봉도 지속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밀원식물을 심을 유인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바다에는 어장 소유권이 있어 무단 채취를 막지만, 사유림(私有林)에서 아무리 꿀샘식물을 가꿔도 먼저 벌통을 가져다 놓는 사람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산주가 피땀 흘려 밀원수를 심어도 임산물로 보호받지 못하고, 그 수익은 제3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누가 밀원식물을 심겠습니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불합리였습니다.
관할 문제도 있습니다. 꿀벌이 주로 산림에서 활동하므로 산림청이 관장하는 것이 상식처럼 보이지만, 현재는 꿀벌이 가축이자 화분매개(花粉媒介) 곤충이라는 이유로 농촌진흥청 소관입니다. 화분매개란 꿀벌이 꽃가루를 운반해 식물의 수분(受粉)을 돕는 역할을 뜻합니다. 다만 산림청 이관에 대해서는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꿀벌은 화분매개를 통해 과수·채소 농업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는 만큼 농업 부문과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업무를 통째로 넘기기보다는, 밀원식물 조성과 산림 관련 업무는 산림청이 주도하고 화분매개 관리는 농촌진흥청이 담당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산림청의 밀원식물 조성 현황은 산림청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조성 사업이 있긴 하지만, 여론에 떠밀려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최근 양봉도 직불금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그걸 산주들에게 주어 밀원식물 조성으로 돌리는걸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로 윈 윈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세계양봉연맹(Apimondia)은 사람이 가공하지 않은 천연숙성꿀만 벌꿀로 인정합니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설탕꿀은 엄밀히 벌꿀이 아닌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를 벌꿀로 유통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어, 국산꿀 전반에 '설탕꿀'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해외 여행에서 외국산 꿀을 선물로 사오는 일이 일상이 된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설탕꿀 생산에 매달리다 보면 꿀벌 건강도 무너집니다. 과로한 꿀벌은 수명이 45일도 채 안 됩니다. 진드기 방제(防除)를 제때 못 하고, 쉴 틈 없이 사양액을 가공하다 지친 꿀벌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대량으로 사라지는 일이 봄마다 반복됩니다. 방제란 해충이나 질병을 막기 위한 예방·치료 행위를 총칭합니다. 당국은 해마다 "원인 불명의 질병" 또는 "날씨 탓"이라는 발표로 일관하지만, 일을 너무 많이 시킨 꿀벌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불편한 진실은 좀처럼 수면 위로 오르지 않습니다.
2029년에는 베트남산 꿀 수입관세가 폐지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지금부터라도 설탕꿀 허용 정책을 재검토하고, 천연숙성꿀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2029년 이후 국내 양봉 농가는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재 보조금을 뿌리고 설탕 사료를 일부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됫박꿀을 만들어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Q. 됫박꿀은 무조건 설탕꿀인가요?
A. 일반적으로 됫박꿀은 설탕 사양액으로만 만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해보니 밀원이 있는 시기에는 꿀벌이 사양액을 외면하고 꽃꿀을 먼저 수집했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됫박을 운용한 결과, 헛개꿀·밤꿀·쉬나무꿀·회화나무꽃꿀·감로가 혼입돼 사실상 잡화꿀이 됐습니다. 됫박꿀이라고 해서 반드시 100% 설탕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정부 설탕 지원사업으로 됫박꿀 생산이 가능한가요?
A. 제 경험상 불가능합니다. 지원분은 자부담 50%를 포함해도 됫박꿀 생산에 필요한 사양액 총량에 한참 못 미칩니다. 우리나라 무밀기가 길다 보니 지원 설탕은 봉군 생존용 사료로도 모자란 경우가 많고, 그 양으로 사양꿀을 생산한다는 건 현장과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Q. 밀원식물을 개인 사유림에 심으면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현재 법 구조상 사유림에서 밀원식물을 가꿔도 임산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먼저 벌통을 가져다 놓는 사람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여서, 산주 입장에서는 밀원식물을 심을 이유가 없습니다. 어장에 소유권이 있는 바다와 달리 임야의 밀원 수익권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입니다.
Q. 천연숙성꿀과 사양꿀은 맛 차이가 나나요?
A. 솔직히 이건 제가 직접 비교해봤는데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됫박꿀 중 사양액 비중이 낮고 자연꿀이 혼입된 것들을 별도로 채반에 내려 병에 담았더니, 향과 점도가 기존 사양꿀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진했습니다. 주변 분들 반응도 같았습니다. 천연숙성꿀은 꿀벌이 수분을 충분히 날려 효소 작용으로 완숙시킨 것이라 풍미 자체가 다릅니다.
Q. 양봉 봉군 수가 많으면 꿀 생산량도 무조건 늘어나나요?
A. 밀원식물 단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봉군 수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꿀벌끼리 밀원을 두고 경쟁이 심해져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꿀벌 과밀 국가가 된 것도 밀원식물 조성 없이 봉군 수만 늘어난 결과입니다. 농토 없이 농사를 짓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구조입니다.
됫박꿀 하나 직접 만들어보고 나서 양봉 정책의 구조적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설탕 지원으로 사양꿀을 생산한다는 인식, 밀원식물 없이 봉군 수만 늘리는 방식,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설탕꿀 허용 정책 모두 2029년 관세 철폐라는 현실 앞에서 버티기 어렵습니다. 지금 양봉을 시작하거나 운영 중이라면, 됫박꿀 생산보다 밀원식물 확보와 천연숙성꿀 품질 관리에 먼저 집중하시길 권합니다.
--- 참고: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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