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일기] 2025년 2월의 기록 (2편): 화분매개벌 성주 납품 완료, 그리고 장거리 운전 뒤에 찾아온 농부의 소회
안녕하세요! 봄벌 기르기
시리즈 1탄에 이어, 오늘은 본격적인 실전 단계인 ‘봄벌 깨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3월의 봉장을 걷다 보면 벌통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기어 나오는 어린 벌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몸에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돋아난 아기 벌들을 보면 그 귀여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하죠.
이 작은 생명들은 태어나자마자 평생 동안 자신의 자매들과 봉군의 번영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청소부터 시작해 육아, 밀랍 분비, 그리고 마지막에는 밖으로 나가 꿀과 화분을 채취하는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죠. 이 귀엽고 기특한 어린 벌들을 건강하고 폭발적으로 키워내기 위해, 우리는 가장 첫 단추인 '벌 깨우는 시기'를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많은 분이 "봄벌은 무조건 일찍 깨워야 장땡이다" 혹은 "이웃 봉장에서 깨웠으니 우리도 깨워야겠다"라며 조급하게 시작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봄벌을 깨울 때는 내 봉장의 목적과 벌통의 세력(강군/약군)에 따라 시기를 완전히 달리해야 합니다. 오늘 그 명쾌한 기준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아까시 꿀이나 야생화 꿀을 목적으로 하는 '채밀군'의 깨우기 적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채밀군은 입춘(2월 초)을 전후해서 깨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양봉 농가들을 보면, 너도나도 앞당겨 1월 초순이나 중순부터 봄벌을 깨우는 추세가 강해졌습니다. 주변에서 "나 벌써 벌 깨웠다"라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 덩달아 벌을 깨우는 농가들이 정말 많습니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벌을 깨우는 것은, 자신만의 확고한 양봉 기술과 데이터가 정립되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져 생기는 현상입니다."
남들이 일찍 깨운다고 해서 내 벌의 상태와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 채 따라 했다가는,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 벌들의 체력만 소모시키고 봄철 세력 확보에 완전히 실패할 수 있습니다. 기준은 남이 아니라 내 벌통의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일이나 채소 수정을 목적으로 하는 '화분매개용 벌'은 언제 깨워야 할까요? 대표적인 예로 참외 하우스를 들어보겠습니다.
성주 등지의 참외 하우스는 보통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화분매개용 벌의 납품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농가에 납품되어 제 역할을 하려면, 벌통을 열었을 때 봉춘판(번데기판)이 최소한 반 장 이상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우스 안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벌통이 유지되며 수정을 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추운 겨울철에 벌을 깨워 봉춘판을 만들어내기까지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납품 기준일: 2월 중순
육아 및 봉춘판 형성 기간: 최소 45일 ~ 50일 이상 소요
결론적인 깨우기 적기: 늦어도 12월 말이나 1월 초
이처럼 화분매개용 벌은 확실한 출하 목표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날짜로부터 거꾸로 시간을 계산(역산)하여 추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찍 깨워야만 합니다. 채밀군과는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른 셈이죠.
목적을 정했다면 그다지 중요한 것이 바로 내 벌통의 '세력'입니다. 똑같은 날짜에 깨우더라도 강군과 약군의 운명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라집니다.
강군은 봄벌 키우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벌의 양이 많기 때문에 조금 늦게 깨우더라도 벌통 내부의 온도를 쉽게 올리고 유지합니다. 입춘을 전후해 깨워도 아까시 유밀기(5월)가 되기 전에 건강하게 자란 외일벌(외예봉)로 벌통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굳이 무리해서 1월 한겨울에 깨워 고생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진짜 실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것은 약군입니다. 날이 춥고 벌의 수가 적은 약군을 조기에 깨워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벌들은 살기 위해, 그리고 알을 키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화분떡을 먹고 몸을 비벼 온도를 올립니다. 이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극심해집니다. 시간이 지나 벌통을 열어보면 대요(화분떡)는 다 파먹어서 없어졌는데, 신기하게도 벌의 숫자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춘감 및 탈봉 현상'입니다. 벌들이 화분떡을 먹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배설하러 밖으로 날아갔다가, 매서운 겨울바람과 얼어붙은 외기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낙과하여 봉장 바닥에 떨어져 돌아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벌은 벌대로 고생하고, 사람은 사람대로 화분떡 값 날리며 고생만 하는 꼴이 됩니다. 세력이 약한 약군이라면 먹이가 충분히 들어있고 기본적인 보온이 잘 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바깥 기온이 안정적으로 올라갈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가 늦게 깨우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양봉은 자연의 순리에 내 벌의 상태를 맞추어가는 과정입니다. 이웃 봉장의 시계에 내 시계를 맞추지 마세요.
채밀이 목적인지 화분매개가 목적인지 명확히 선을 긋고, 내 벌이 추위를 이겨낼 강군인지 보호가 필요한 약군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기다릴 줄 아는 눈을 가질 때, 비로소 보송보송한 어린 벌들이 건강한 대군으로 자라나 우리 봉장을 가득 채워줄 것입니다.
오늘 내용이 조급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히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3탄에서는 봄벌 깨우기 직후 가장 중요한 '초기 급수와 화분떡 급여 노하우'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한 양봉을 응원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봄벌 기르기 3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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