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일기] 2025년 2월의 기록 (2편): 화분매개벌 성주 납품 완료, 그리고 장거리 운전 뒤에 찾아온 농부의 소회
[귀농 일기] 2025년 2월의 기록 (2편): 화분매개벌 성주 납품 완료, 그리고 장거리 운전 뒤에 찾아온 농부의 소회
안녕하세요. 2025년 2월의 생생한 양봉 현장 일기, 그 두 번째 이야기로 찾아왔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양봉 농가의 깊은 고민과 함께, 2월 초순에 진행했던 봄벌 깨우기 및 기초 내검 작업의 과정을 공유해 드렸습니다. 전국의 많은 양봉 동업자분들과 귀농을 꿈꾸시는 분들께서 공감의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어질 기록은 2월 중순부터 시작됩니다. 철저하게 준비해 온 '성주 화분매개용 꿀벌'의 최종 점검부터 시작해, 저녁 무렵의 긴장감 넘치는 상차 작업, 새벽 도로를 달려 마침내 납품을 완료하기까지의 긴박하고도 진솔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자식을 시집보내는 것과 같다던 선배 농부들의 말이 온몸으로 와닿았던 2월 중순의 기록을 지금 시작합니다.
1. 2월 11일 (영상 9도) : 성주 매개벌 최종 내검과 정성 어린 보온
2월의 두 번째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을 맞이한 11일, 낮 기온이 영상 9도까지 올라가며 벌들을 살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납품 예정일을 채 열흘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기에 한 통 한 통 더욱 집중하여 정밀 내검을 진행했습니다.
날씨: 영상 9도
작업 내용: 성주 매개용 꿀벌 내검하기
사양 및 보온: 화분떡 추가 (500g), 마이신 1장 추가, 추가 보온 (신문지 1장)
관찰 결과: 유충들 관찰됨. 현재까지는 상태 양호, 납품 때까지 잘 커주길 바란다.
이번 내검의 핵심은 '지속성'이었습니다. 성주로 떠난 벌들은 하우스 안에서 참외나 수박 등의 꽃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수정 작용(화분매개)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 도착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일벌들이 태어날 수 있도록 내부에 건강한 유충(애벌레)들이 가득해야 합니다.
벌통을 열어 격리판을 들추어보니, 다행히도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는 유충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유충들이 먹고 자랄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고품질 화분떡 500g을 추가로 얹어주었고, 혹시 모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마이신도 격리판 뒤로 1장씩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아직 밤낮의 기온 차가 큰 시기이므로 내부 온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신문지 1장을 더 덮어 추가 보온 처리를 완료했습니다. "납품 때까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벌통 뚜껑을 닫았습니다.
2. 2월 13일 (영상 7도) : 한낮의 쓸쓸함, 그리고 차 한 잔의 위로
바쁜 와중에도 농부에게는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13일에는 특별한 작업 없이 봉장을 순찰하며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장 순찰 (이상 무). 한낮 기온은 쌀쌀하다. 할 일 없이 차 한 잔으로 하루 마감."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 있는 2월의 봉장은 묘한 적막감이 감돕니다. 기온은 영상 7도로 크게 낮지 않았지만, 산과 들에 아직 푸른 기운이 돋아나지 않아 한낮의 풍경이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크게 손댈 곳 없이 안정적인 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니, 밀려오던 긴장감이 잠시 내려앉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농번기가 시작되면 이 조용한 여유조차 사치가 되겠지요.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멀리 봉장을 바라보며, 올 한 해 펼쳐질 농사의 여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으로 조용히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이런 사색의 시간은 농부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중요한 윤활유가 됩니다.
3. 2월 17일 (영상 5도) : 운명의 날이 정해지다, 납품 확정과 최종 대기
17일, 성주 농가와의 최종 통화를 통해 드디어 약속했던 출하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날씨: 영상 5도
결정 사항: 20일 성주 납품 확정
대비 작업: 노끈, 새기 준비할 것
농산물이나 생물을 납품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된 날짜를 정확히 지키는 것입니다. 성주 참외 농가의 하우스 수정 타이밍에 맞춰 벌이 들어가야 하기에, 20일 납품 확정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상차와 이동 중에 벌통이 흔들리거나 문이 열리는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벌통을 단단히 고정할 노끈과 새기(줄) 등 자재들을 창고에서 꺼내와 미리 점검했습니다. 생물을 장거리 수송할 때는 완벽한 고정이 필수입니다. 작은 방심이 일 년 농사를 망칠 수 있기에 장비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4. 2월 19일 (영상 4도) : 저녁 무렵의 상차, 새벽 출정을 위한 준비
드디어 납품 전날인 19일이 되었습니다. 꿀벌 수송은 낮이 아닌 벌들이 모두 벌통 안으로 복귀한 '저녁 시간'이나 '새벽'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늘 성주 매개용 꿀벌 (56군) 저녁 무렵 상차. 내일 새벽 성주 출발. 성주경찰서 뒤편 농장으로 배달. 산수유 개화 시작."
낮 동안 외부 활동을 나갔던 일벌들이 해가 지면서 모두 벌통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뒤, 저녁 무렵부터 본격적인 상차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성주로 떠나는 규모는 총 56군(벌통 56개)입니다. 무게가 상당한 벌통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트럭 적재함에 올리고, 미리 준비해 둔 노끈으로 단단하게 결박했습니다.
내일 새벽같이 눈을 떠 성주로 출발해야 하기에 내비게이션에 목적지인 '성주경찰서 뒤편 농장'을 미리 입력해 두고 동선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문득 마당 구석을 보니 노란 산수유 꽃망울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며 개화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5. 2월 20일 (영상 3도) : 왕복 4시간의 대장정, 56군 납품 완료와 농부의 소회
2월 20일 새벽, 영상 3도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트럭 시동을 걸었습니다. 56군의 귀한 꿀벌들을 싣고 조심조심 운전하여 마침내 성주에 도착했습니다.
[2월 20일 납품 일지 요약]
결과: 성주 매개용 꿀벌 납품 완료 (56군)
인수 검사: 신림구(농가 사장님) 직접 확인 및 수정. 벌 상태 보고 대단히 좋아하심 (가슴치 이상)
체력적 소회: 왕복 4시간, 거리 멀다. 나이가 들어가니 장거리 운행이 힘들다. 몇 일 쉬고 주력군 내검 해야겠다.
성주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신림구 사장님께서 직접 벌통들을 확인하셨습니다. 매서운 겨울을 버텨내고 소비(벌집) 위로 꿀벌들이 가슴 높이까지 빽빽하게 넘쳐나는 훌륭한 세력을 보시더니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벌 상태가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다며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간 추위 속에서 신문지를 가감하고 화분떡을 나르며 고생했던 기억들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왕복 4시간이 넘는 장거리 트럭 운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온몸의 근육이 뻐근하고 눈이 피로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제는 장거리 운행도 참 쉽지 않구나" 하는 씁쓸한 자각을 하게 됩니다. 당분간은 며칠간 푹 쉬면서 체력을 회복한 뒤, 우리 농장에 남아있는 주력 벌통들을 내검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 납품을 마치고 홀로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
"언제나 그렇듯 납품하고 나면 시원섭섭하다. 1년을 자식같이 키운 놈들인데 돈에 팔려가는 걸 보면 기분이... 그래도 돈이 들어오니 좋기도 하다. 소박한 나 자신을 위로 칭찬한다. 고생했어."
모든 양봉 농가가 공감하는 감정일 것입니다. 지난 1년간 비바람을 막아주고, 말 못 하는 짐승이라 여겨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자식처럼 키워낸 벌들입니다. 트럭 적재함 가득했던 벌통들을 타인의 농장에 내려놓고 빈 차로 돌아오는 길에는 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시원섭섭함과 묘한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물론, 그 대가로 통장에 피땀 흘린 결실(대금)이 들어오니 현실적인 기쁨과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세속적이면서도 순박한 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내 "그래도 올겨울 무사히 벌 잘 키워서 약속을 지켰으니 참 고생 많았다"라고 제 스스로의 어깨를 토닥여주었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칭찬할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이야말로 긴 농부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2월 일기
2025년 2월은 저에게 큰 이정표와 같은 달이었습니다. 전반기에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양봉업의 미래를 고민하며 깊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오랜 단골 농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수한 품질의 화분매개벌 56군을 완벽하게 납품하는 결실을 보았습니다.
농업은 끊임없는 흔들림의 연속입니다. 날씨에 흔들리고, 정책에 흔들리고, 자신의 체력에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내 벌통을 믿어주는 이웃 농가가 있고, 매년 잊지 않고 피어나는 산수유꽃이 있기에 다시금 힘을 내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이제 며칠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 후, 우리 봉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진짜 주력 벌들을 깨우고 관리하는 일로 시작하려 합니다. 늘 제 농장 일기를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삶에 활기찬 기운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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